캐나다는 전형적인 다문화주의 국가다.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용해 오늘의 캐나다를 만들었다. 1759년 퀘벡 전투에서 영국이 프랑스를 누르고 승리를 거두면서 캐나다는 영국 식민지로 편입됐다. 당시 퀘벡에는 프랑스계 주민들이 주로 거주했는데 이 전투 이후 영국계와 끊임없이 대립해왔다.  

  거기에 인종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것은 원주민들이다. 원래 캐나다 땅의 주인은 인디언과 에스키모족이었다. 1971년 다문화주의 선언 이후 이들에 대한 명칭이 바뀌었다. 인디언은 퍼스트네이션스(First Nations)로, 에스키모는 이누이트로 각각 부른다. 현재 이들은 대략 100만 명 내외의 인구 규모다. 원주민 외에 메티스라는 주민들도 있다. 이들은 식민지 초기 백인들과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들이다. 그 숫자도 50만 명에 육박한다. 
  이렇게 복잡한 인구구성이다 보니 캐나다 정부는 다문화주의를 핵심 국가정책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 소수 민족들에게 보다 포용적이고 유화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공존하는 길을 찾게 된 것이다. 
  그 정책 중 하나가 통합정책이다. 정부는 원주민들을 백인사회에 편입시키기로 하고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했다. 에컨대 18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원주민 아동을 강제로 기독교식 기숙학교에 수용한 것이다. 원래는 유럽식 교육을 통해 백인문화를 익히게 하자는 것이었지만 그 결과는 엉뚱하게 나왔다. 학대와 열악한 처우로 원주민 가정을 파괴하고 그들의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해버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죽는 아이들이 속출했다. 공식적으로 사망자는 3천201명이다.
  결국 캐나다 정부는 2008년과 2017년 공식 사과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기숙학교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문화적 집단학살’로 규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5일 캐나다의 원주민들에게 과거 교회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많은 기독교인들이 원주민들을 탄압한 열강들의 식민화 사고방식을 지지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기숙학교 문제에 대해 교황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종차별주의는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헝가리 총리는 “비유럽인이 섞인 국가는 국가도 아니다”라는 망언으로 충격을 줬다. 최근 다문화 국가로 변해가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서로 다른 외모와 문화를 가진 외국인들을 포용하고 통합하는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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