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뱅크(food bank)를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식품 은행이다. 하지만 그 기능은 실제 은행의 그것과는 판이하다. 무슨 이득을 취하는 곳이 아니라 부유한 세상과 가난한 세상을 음식을 통해 연결해주는 곳이다. 구체적으로 식품의 생산과 유통, 판매 과정 등에서 발생하는 잉여 식품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창구다. 하나의 사회복지 운동이라고 보아 무방하다. 

  맨 처음 이 아이디어가 실행으로 옮겨진 나라는 미국이었다. 1965년 미국의 자원 봉사자인 존 반 행겔은 상당량의 식품들이 아직 먹을 수 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버려지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래서 해당 기업이나 유통업체에 기부를 권유하고 이를 결식 대상자들에게 제공했다. 이 활동은 큰 반향을 일으켜 1967년 정식으로 세계 최초의 푸드뱅크인 성 마리 푸드뱅크가 출범했다. 
  이후 연방정부는 푸드뱅크에 기금 제공을 하고 주식회사도 설립됐다. 2006년에는 글로벌 푸드뱅킹 네트워크(GFN)도 조직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가 그 계기가 됐다. 1998년 IMF 구제금융 당시 거리에는 실직자와 노숙자가 대거 쏟아져 나왔다. 가정이 해체되고 기업들은 속속 문을 닫았다. 이 상황에서 끼니를 거르는 이들이 속출했다. 대한성공회가 먼저 소매를 걷어붙였다. 여러 공익단체들을 모아 ‘먹거리 나누기운동협의회’를 만들었다. 또 보건복지부를 찾아 푸드뱅크의 취지와 효과 등을 설명하면서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이번에는 정부가 적극성을 보였다. 정부 주도의 푸드뱅크는 501개소에 이르고 있다. 다만 민간 주도의 푸드뱅크는 다소 주춤하는 양상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푸드뱅크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보도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의하면 디트로이트 복지단체가 운영하는 푸드뱅크 수요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25~45% 증가했다. 특히 1년 전 보다 식료품 가격이 10% 이상 오른 3월은 2월에 비해 30%나 급증했다는 것이다. 거기에 물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위기로 식품 가격이 20% 이상 상승했고 기부 물품도 줄어들어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들이 고물가와 후원금 감소에 타격을 입고 있다. 후원금의 경우 다소 차이는 있으나 올 5월을 고비로 기존보다 50% 가량 줄었다고 한다. 푸드뱅크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의 발로다. 거기에 식품 자원의 낭비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활성화가 필요하다.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푸드뱅크 운동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모두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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