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20일 전북 전주시 백제대로 일원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가 쌓인 손수레를 밀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박상후 기자·wdrgr@

파지 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무더위와 고물가, 낮아지는 파지 가격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20일 오전 5시 30분께 찾은 전주시 진북동 한 고물상에는 파지 줍는 어르신들의 걸음이 꾸준히 이어졌다.

자전거 짐칸이며 손수레에는 폐지와 음료수 캔이 담긴 봉지 등을 싣고 찾아오는 이들의 콧잔등과 이마에는 이른 시간에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약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고물상을 찾아온 이들은 8명으로 이 중 7명이 7~80대 노인이었다.

고물상 문이 열리기 전부터 기다리던 한 할아버지(82)는 “요즘엔 날이 더워서 낮에는 돌아다닐 수가 없어 새벽 3시부터 나와 한 번 일하고, 해 지면 또 나와 7~8시간을 돌아다니면 겨우 20~30kg이 모인다”며 “오늘은 20kg 들고 와서 2000원 좀 넘게 받았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이거라도 안 하면 굶어야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전 1시께부터 돌아다녔다는 또 다른 할아버지(80)는 하루 꼬박 일한 끝에 1만 2000원을 손에 쥐었다. 그나마 종이가 아닌 다른 폐품 등도 함께 모아 와 받을 수 있었던 하루 품삯이다.

할아버지는 “한낮시간대는 피하고 하루 10시간 정도 돌아다니면서 모으는 것 같다”며 “요즘엔 가뜩이나 파지값도 낮아졌는데 경쟁까지 심해서 부지런하게 돌아다니지 않으면 이렇게 모으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지를 줍던 중 사고가 나기도 하지만, 생계를 생각하면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호소하는 사례도 있었다.

80대 어르신은 “얼마 전 차가 리어카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었다”며 “오늘 음료수 캔을 좀 많이 가져와 7만 원 정도 벌긴 했는데, 당장 몸도 아프고, 치료비만 20만 원 넘게 나온 상황이라 이번 달이 걱정스럽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할머니(79)도 “최근에 파지를 모으다 넘어져 왼쪽 다리가 멍투성이가 됐다”며 “3일 정도 돌아다녀야 수레 하나를 채우는데 며칠 쉬다 나와 걱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지 가격은 현재 1kg당 120원 가량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10원가량 떨어진 수치다.

전주 한 고물상 관계자는 “최근 들어 고물값이 전반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폭락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라며 “나 역시 장사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지만, 더위 속에서 올라간 물가도 감당해야 하고, 경쟁까지 치열해진 노인들 사정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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