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는 우리나라 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하게 된 토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교심과 애향심이 바탕이 된 고교야구는 1970년대부터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기 시작했다. 여러 야구 명문 고교들이 탄생했고 내로라하는 스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경기장은 늘 만원이었다. 지금의 프로야구 보다도 더 큰 인기를 누렸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후 이 열기가 프로야구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 야구 명문 고교 중 돋보이는 학교가 군산상고다. 
  1971년 황금사자기 결승전의 짜릿한 역전우승이 군산상고의 트레이드마크다. 9회 초 군산상고는 상대인 부산고에 1대4로 뒤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었다. 9회 말 군산상고는 마지막 공격을 시작했다. 안타 1개와 연속 볼넷으로 만루가 됐다. 이후가 드라마다. 몸에 맞는 볼이 나와 1점을 추가한 군산상고는 적시타로 순식간에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등장한 선수는 3번타자 김준환. 상황은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 절체절명의 순간 마침내 그는 기대에 부응해 안타를 때려냈고 군산상고는 기적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군산상고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고교야구 메이저 대회인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가 하면 여러 차례 1점 차 역전승을 하면서 성가를 드높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군산상고 야구는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유망주들을 다른 학교에 뺏긴 탓이다. 다만 2013년 봉황대기와 전국체전 우승으로 과거 명문 고교로서의 체면치레를 했을 뿐 침체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군산 월명경기장에서는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 50주년’ 행사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왕년 스타인 김봉연, 김준환, 송상복 등 9명이 나와 시민들의 환호에 답했다. 황금사자기 우승의 주역들이다. 행사와는 별도로 야구발전 세미나와 플리마켓, 버스킹, 사진전 등 부대행사도 개최됐다. 투수이자 타자였던 김봉연은 “군산상고의 야구는 군산의, 나아가 전북 모두의 자랑이었고 꿈이었다”고 회고했다.
  황금사자기 역전 우승의 신화를 쓴 군산상고는 과거 불모지에 가깝던 호남야구의 선두주자이자 산파 역할을 했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 대회 우승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 낙후와 소외라는 피해의식에 젖어 의기소침하던 전북 도민들에게 긍지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쾌거였다. 전북 고교야구는 지금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민들이 더 관심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과거 영광을 되찾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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