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이라는 학문 분과가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그 역사는 짧다. 1982년 아윙 케네즈 졸라들에 의해 미국에서 창시된 것으로 장애를 분석하는 방법으로서 확립하는 학문, 사상, 지식의 운동이다. 순수 학문이라기 보다는 운동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장애학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장애는 개인의 경험이 아니다. 즉 결함이 있는 사람의 장애를 치료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에 대한 불평등한 사회환경을 변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계단을 오르게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자. 우선 의료적 관점에서는 장애인에게 다리를 이식하거나 의족을 달아주면 해결된다.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는 장애인에게 목발을 제공하거나 곁에서 부축하면 계단을 오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학의 관점은 다르다. 계단에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이 장애인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 차원에서 극복해야 할 비극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해결책을 찾는 방식이다.
  장애학이 비판하는 사회적 현상 중 하나가 장애 극복 서사다. 흔히 언론들은 장애인이 자신의 결함을 딛고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인간 승리’라며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시각 장애인이나 철인3종경기를 완주한 발달장애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장애인의 의지와 노력을 찬양하는 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 함정이 있다. 바로 장애는 나쁘고 없어져야 할 대상이라는 전제가 따라붙는다. 비장애인 문화에 동화되고 흡수되며 편입돼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는 것이다. 장애학이 주목하는 것은 이 대목이다.
  요즘 뜨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다. 채널 ENA가 방영하는 이 드라마는 5회 시청률이 5.2%를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해외에서도 뜨고 있다. 13일 발표된 넷플릭스 주간 차트에서 비영어권 TV시리즈 1위를 기록했다. 탄탄하면서도 따뜻한 스토리라인과 배우들의 명연기가 더해져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장애 극복 서사가 갖는 부정적 측면이다. 비장애인이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장애인에게 박수를 치는 형국이다. 주인공 우영우가 장애인이면서도 비장애인처럼 맹활약을 하는 이야기는 아주 특별한 경우다. 대다수 장애인들은 각자 위치에서 자신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사회는 그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차별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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