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물 생태계의 최강자는 누구일까.

  단연 가물치다. 물론 수달이나 왜가리, 물수리 등이 있지만 물고기는 아니다. 가물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러시아부터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등에 서식한다. 가물치라는 이름은 검다는 뜻의 ‘감다’와 물고기를 뜻하는 ‘–티’가 결합한 것이다. 그러니까 검은 고기 정도의 뜻이다. 영어로는 스네이크 헤드(snakehead) 즉 뱀 머리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 물고기는 외모가 비단구렁이나 보아뱀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가물치는 그 영어 이름만큼이나 성질이 사나운 것으로 유명하다. 힘이나 공격성, 이빨의 날카로움 등이 독보적이다. 자기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한데 다른 가물치가 들어오면 목숨을 걸고 싸운다. 지는 쪽의 말로는 비참하다. 승자에게 잡아먹히는 게 다반사다. 산란철에 건드리면 성질이 폭발해 아무것이나 가리지 않고 물어버린다. 또 탁한 물에서도 잘 산다. 아가미 성능이 좋아서다. 헤엄치는 속도도 일반 물고기보다 훨씬 빠르다. 육지에 올라와 기는 재주까지 있다.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워 웬만한 먹잇감은 잘라 먹는다.
  흔한 물고기지만 쓸모도 많다. 회나 탕, 구이 등으로 식용도 가능하지만 예로부터 보양식 재료로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가물치가 부종 · 수종 및 오치를 다스린다’고 나와 있다. 또 오주연장문장전산고에도 ‘가물치는 부인의 산후백병을 치료한다’고 언급돼 있다. 오늘날에도 가물치는 주로 약용으로 많이 쓰인다. 나라에 따라서는 가죽은 혁대와 시계줄 재료로 쓰이고 표면의 점액은 흙 반죽에 쓰인다고 하니 그 용도가 많기도 하다.
  그런데 동남아에서는 식용으로 즐겨 먹는다고 한다. 태국에는 쌀국수에 가물치젓이나 살을 넣어 조리한다고 한다. 가물치로 만든 과자와 빵, 아이스크림도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국내에 체류하는 동남아인들이 한국 가물치를 닥치는 대로 잡아 씨를 말린다는 보도다. SNS에 등장하는 영상과 글에 의하면 일부 동남아인들이 낚시질로 가물치와 그 먹이가 되는 개구리를 남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물치를 다루는 한 페이스북 계정은 회원 수가 4천 명이나 된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토종어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런 행위들을 강력히 단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물치가 민물 생태계에서 하는 일은 적지 않다. 특히 블루길이나 큰입배스 등 생태계 교란어종을 잡아먹는 것은 가물치와 쏘가리 정도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토종 생태계 보호 차원서 가물치 방류사업까지 벌인다. 동남아인들이 가물치 씨를 말리는 행위가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 된다. 지자체 등이 나서서 가물치 남획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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