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여성의 권리로 보느냐 아니면 범죄로 보느냐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다. 예로부터 범죄로 보는 시각이 단연 우세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여성의 프라이버시적 권리로 받아들이는 견해도 많이 늘어났다. 낙태라는 용어부터 서로 다르다. 낙태를 인정하는 쪽에서는 ‘임신 중지’ 혹은 ‘임신 중단’이라는 말을 쓴다. 낙태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자는 것이다. 반면 낙태 반대론자들은 낙태가 아닌 ‘태아 살해’라는 용어를 쓰자는 주장이다.

  낙태의 역사는 아주 길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기원전 2700년 중국 신농전설에 보인다. 여기서는 식초를 마셔 태아를 없애는 등의 사례가 나온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낙태를 반대하고 이를 강행하는 경우 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다. 종교적 이유가 크다. 우선 종교계는 태아가 생명을 가진 존재로 여긴다. 태아는 보호받아야 할 생명이고, 당연히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죄가 된다. 기독교의 가톨릭의 입장이 가장 강한 반대에 속한다. 물론 정교회나 개신교 역시 다르지 않다. 다만 불교나 이슬람교는 일단 반대의 입장이면서도 어느 정도 묵인하거나 임신 초기 낙태를 허용한다는 유연한 자세를 갖고 있다. 
  법으로 낙태를 금하고 처벌하는 것은 중세 교회법과 독일 보통법에서 시작했다. 기독교에서는 태아는 수태된 후 10주 이내에 인간의 영혼이 들어가므로 그 후부터는 낙태가 생명을 죽이는 일이 된다. 
  특히 가톨릭은 낙태를 아주 강력하게 반대한다. 대죄인 취급을 하며 교회에서 축출한다. 생명에 대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범죄 가운데 특히 심각하고 통탄스러운 성격을 갖고 있다고 보고 ‘흉악한 죄악’으로 규정했다.
  어쨌든 낙태는 나라에 따라 혹은 임신 주수에 따라 각각 다른 법적 대우를 받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 임신 중단을 전면 금지한 미시시피주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6대 3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이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 판결로 개별 주에서 임신 중단을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미국 여성 수백만 명이 낙태에 관한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비극적 오류’라며 각 주에서 임신 중단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낙태가 허용되는 다른 주로 임신부가 이동해서 수술을 받는 것을 보장하는 내용의 행정명령도 내렸다. 우리나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21년부터 전면 합법화됐다. 이 문제는 난제 중 난제다. 찬성 반대 모두 나름의 논리가 서 있다. 다만 유럽 등지의 가톨릭 신자들이 종교적 죄이긴 하나 법적 처벌에는 반대하는 입장을 취한다. 이 타협안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겠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