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귀향은 아주 낭만적인 단어다. 사전적으로는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옴이다. 그러니까 타향에서 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낙향이라는 말도 있지만 뉘앙스가 좋지 않다. 고향을 떠나 뜻을 이루고자 했지만 실패하고 돌아왔다는 말이다. 

  귀향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은 바로 중국 육조시대 시인 도연명의 명시 ‘귀거래사’다. 41세 때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소회를 담담하게 토로하는 내용이다. 꽤 긴 이 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심경에서부터 집에 도착한 이후 느끼는 기쁨 그리고 그곳서 생활하는 동안의 철학적 사색 등을 담고 있다. 그 일부를 피천득 선생 번역으로 읽어보자.
  “돌아가자 / 사람들과 만남을 끊고 / 세속과 나는 서로 다르거늘 / 다시 수레를 타고 무엇을 구할 것인가 / 고향에서 가족들과 소박한 이야기를 하고 // 거문고와 책에서 위안을 얻으니 / 농부들은 지금 봄이 왔다고 / 서쪽 들판에 할 일이 많다고 한다 / 나는 어떤 때는 작은 마차를 타고 / 어떤 때는 외로운 배 한 척을 젓는다”
  도연명의 탈속한 면모가 잘 나타나 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그간 생업을 갖고 생활하던 터전을 버리고 이제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시골로 간다는 게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낭만적이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도 힘겹고 주변과의 조화도 어렵다. 그래서 귀향은 늘 마음  속에서만 간절한 염원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요즘 귀농 귀촌 가구가 급증한다는 보도다. 정부가 발표한 ‘귀농어· 귀촌인 통계’에 의하면 작년 귀농·귀촌 가구가 집계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작년 모두 37만7천여 가구가 시골로 내려갔다. 전년 대비 5.6%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와 청년층의 유입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그 이유에 대해 코로나 19 장기화와 도시주택 가격 급등 그리고 농촌에  대한 관심 증가가 꼽히고 있다. 
  지금 농촌은 고사 직전이다. 너도나도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시국에 이유야 어떻든 귀농·귀촌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시골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막연한 기대감만 갖고 내려가면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충고다. 상세한 정보와 적정 액수의 돈도 필요하고 현지 주민들과의 소통 능력도 있어야 한다. 가능하면 일자리를 얻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부 지자체도 귀농·귀촌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잘 살려나가는 쪽으로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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