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음식 문화사에 개구리 다리 요리 이야기가 있다. 중세 프랑스 수도사들은 수도원에서 공동생활을 하며 수행하는데 그러다 보니 육체적 활동량이 적었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비만이었다. 이에 교황은 수도사들에게 고기와 생선을 먹지 말라는 훈령을 내렸다. 수도사들은 바뀐 식생활에 고생하다가 대안을 찾았다. 바로 개구리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개구리 는 구하기 쉽고 맛도 좋은 데다 고기도 생선도 아니었다. 이로부터 개구리는 식재료로서 어엿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개구리 다리요리는 서민들에게도 널리 퍼져나갔다. 수도사들이 즐겨 먹다 보니 일반 서민들의 눈에도 띄었던 것이다. 가난한 농부들에게 개구리 다리는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맛과 영양이 뛰어난 음식을 돈을 주지 않고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었으니 오죽했을까. 
  그런데 2013년 영국에서 프랑스보다 먼저 개구리를 먹은 흔적이 나왔다. 영국 고고학자들이 월트셔주 에임즈버리에서 까맣게 탄 두꺼비 다리뼈를 발굴했다. 이 뼈는 기원전 6~7천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사람들은 송어나 연어 등 생선과 들소, 멧돼지 등 동물 외에도 두꺼비를 불에 익혀 먹었다는 해석이다. 이후 연구에서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과 롬바르디아 지방에서 즐겨 먹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방들은 쌀을 재배하는 곳으로 논에서 개구리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아시아도 개구리 다리 요리는 흔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태국과 베트남 등지에서는 지금도 개구리 뒷다리를 굽거나 튀기거나 혹은 조림으로 만들어 먹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산 개구리를 잡아 그대로 토막낸 뒤 회로 먹는 경우도 있다.
  최근 외신보도에 의하면 프랑스와 벨기에 등의 개구리 다리 요리 탓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터키, 알바니아의 개구리 일부 종이 멸종 위기에 몰리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야생동물보호단체 보고서에 의하면 일부 유럽국가들이 한 해 2억 마리의 개구리를 식용으로 소비하면서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다. 이 바람에 수출국 현지에서 남획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구리 개체 수 감소는 생태계에 큰 해를 끼치는 사건이다. 곤충을 먹는 개구리가 없으면 살충제 사용량이 늘고 곧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자나라들의 입맛 때문에 가난한 나라 동물들이 수난을 겪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다. 나아가 그 탓에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더더욱 기가찰 노릇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구리 뒷다리 요리 붐이 일어나지 않는 게 무척 다행한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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