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오리엔트문명은 우리에게는 낯선 느낌을 준다. 인류가 세운 최초의 문명임에도 서양의 그리스 로마 문명이나 중국 황하 문명 등에 비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사전적 의미에서 오리엔트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을 합한 것이다. 오리엔트는 라틴어 해가 뜨는 곳이라는 의미의 ‘오리엔스(Oriens)’에서 유래된 말이다. 

  시간적으로는 기원전 3000년 경에서 기원전 331년까지를 가리킨다. 알렉산더 대왕에게 페르시아가 멸망한 것이 이 문명의 끝이다. 공간적으로는 오늘날 중동과 이집트가 이 문명의 무대다. 
  오리엔트문명은 신석기 시대부터 시작한다. 정착과 농경이 시작된 시기다. 사유재산이 발생하고 가족제도도 모계 사회에서 부계 사회로 변한다. 그 중심은 수메르다. 흔히 ‘비옥한 초승달 지역’이라 불리는 아라비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땅에서 발생한 문명이다. 이 지역에서는 기원전 3000년 경 이미 도시가 세워졌다. 또 설형문자와 숫자가 등장하고 은화로 만든 화폐도 유통됨으로서 화폐경제 시대를 열기도 했다. 또 이때 등장한 신화들은 서구 모든 신화의 어머니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집트 문명 역시 오리엔트 문명의 한 축이다. 곡창지대를 품은 이집트는 농업이 발달하고 이 경제력을 토대로 강력한 국가체제를 갖췄다. 피라미드를 만드는 등 건축술이 꽃을 피웠고 수학, 천문학, 역학, 의학도 빛났다. 
  그럼에도 오리엔트 문명의 존재감은 서양사나 중국 중심의 동양사에 비해 희미하다. 우리가 아는 중동은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분쟁 지역일 뿐이다. 
  터키의 국립이스탄불대에서 한국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희수 교수가 얼마 전 ‘인류 본사’라는 책을 내 이런 인식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중동을 중심으로 한 오리엔트 역사는 서양사나 동양사에 비견되는 ‘중양사(中洋史)’라며 인류사를 새로이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리엔트 문명이 약 1만2천 년 동안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온 가장 선진적인 중심지이며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문명 핵심기지라고 평가했다.
  우리는 흔히 서양의 시각에서 지난 역사와 현실을 해석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 책의 미덕은 동서양은 물론 중동이라는 세 문명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도록 이끈다는 점이다. 서구 사회는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의 지적대로 서양을 우월한 존재로, 나머지 지역은 열등한 존재로 구분한다. 이를 근거로 동양과 아프리카 등을 지배하고 착취했다. 우리는 이 책 ‘인류 본사’를 통해 그런 편견과 왜곡을 똑바로 인식하고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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