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김제시 용지면 일원 한 감자밭에서 한 농민이 수확철에 내린 비로 썩어서 상품가치가 없어진 감자를 보여주고 있다./박상후 기자·wdrgr@

봄철 가뭄으로 수확량이 반 토막 난 전북지역 밭작물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작물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 데다 오른 인건비까지 더해져 농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면서다.

김제시에서 약 2만 평가량 부지에 감자 농사를 짓고 있는 안모(56)씨는 최근 수확한 감자 양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문 날씨에도 몇 차례 무리해서 물을 대가며 농사를 지어왔지만, 막상 수확한 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가 와 작물들이 한창 크기를 키웠어야 할 봄철에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벌어진 것이라는 게 안 씨의 설명이다.

안 씨는 “올해는 날이 너무 좋지 않아서 농사가 잘된 농가들도 평소의 70~80%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그나마도 물을 대지 못한 농가들은 수확량이 그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당연한 결과”라며 “아무리 값이 올랐다고 해도 수확량이 많지 않다 보니 팔 수 있는 것이 없다.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제 때 내리지 않고 뒤늦게 내린 빗물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작물 피해를 본 사례도 있었다.

김제에서 3만 평가량 감자 농사를 지어왔다는 문모(60대)씨는 “한창 감자가 자랄 시기에는 비가 오지 않다가, 수확 시기를 앞두고 갑자기 비가 오면서 밭에 심어 둔 감자가 대부분 썩어 버렸다”며 “이제는 버티기가 어려워서 내년에는 농사일을 그만두는 방향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건비도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는데 한 몫했다.

전북 완주군에서 약 700평에 걸쳐 마늘과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70대)씨는 그간 치솟은 인건비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날이 가물어 작물이 제대로 못 크다 못해, 올해 수확한 것 중에는 소위 ‘메추리 알 만 한’ 양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일당 15만 원을 넘나드는 인건비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강 씨는 “통상 단수(200평당 20kg들이 양파망 수확량)가 350~400개쯤 되던 밭에서 올해는 200~250개를 겨우 건졌다”며 “이것만 해도 크게 손해를 봤는데, 도와줄 사람을 부르려고 봤더니 인건비가 한 사람당 많게는 15만 원에서 17만 원까지 들어갔다. 말 그대로 ‘인건비도 안 나오는 셈’”이라고 말했다.

완주군 경천면에서 약 500여 평가량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71)씨도 “우리 밭도 수확량이 좋을 때는 단수가 400개 이상 나왔지만, 올해는 많으면 300개, 270~280개 정도가 될 것 같다”며“농산물값이 비싸다고들 하지만 하늘이 안 도와주고 작황이 좋지 않아 농사짓는 사람들은 인건비나 부대비용 생각하면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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