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미국은 포경업의 천국이었다. 당시 미국의 포경선은 유럽의 그것을 다 합한 것보다 세 배나 많았다고 한다. 범선이 700척에 이르렀다. 이들 포경선은 양초산업에 쓰이는 고래기름을 얻을 목적으로 전 세계 바다로 고래잡이에 나섰다. 허먼 멜빌의 대작 소설 ‘모비 딕’은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흰색 향고래 모비 딕은 실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거대 해양 포유류이다. 향고래는 권투장갑 모양의 머리를 가진 게 특징인데 1820년에 나온 책 ‘포경선 에섹스 호의 놀랍고도 비참한 침몰기’에 실제 소개됐다. 나이가 많고 교활한 모카 딕이라는 이름을 가진 흰색 향고래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포경선 에섹스호를 공격해 배를 부쉈고 탈출한 선원 21명은 바다 한가운데서 사경을 헤매야 했다. 허먼 멜빌은 이 책을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을 공격하는 고래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 고래는 포경선을 두려워해 마주치면 재빨리 물속으로 숨었다. 포경선이 기계화되면서 고래는 더욱 큰 위험에 노출됐다. 배의 속도가 빨라지고 포의 성능이 좋아지자 그만큼 잡히는 고래가 늘었다. 20세기 들어 잡힌 고래만 무려 290만 마리라고 한다. 고래는 수명이 길고 번식이 느리기 때문에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위기에 몰린 것이다. 
  이처럼 고래가 인간들의 사냥 표적이 된 것은 고래가 여러 모로 쓸모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기와 기름, 수염 모두 시장에서 좋은 가격에 팔렸다. 고기와 기름 외에도 뼈는 우산대의 재료로, 수염은 코르셋, 태엽의 재료로 사용됐다. 향고래의 배설물 용연향은 향료로써 비싼 값을 받았다. 
  하지만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고래는 멸종을 당하거나 그 목전에 처하게 됐다. 국제포경위원회는 결국 1986년부터 상업적 목적의 포경을 완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올해 봄 동해에서 실시한 고래 목시조사에서 모두 8종 39군 2천298마리의 고래를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향고래, 흑범고래, 범고래 등이 포함됐다. 1999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희귀고래가 이렇게 동시에 다수 출현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특히 고래연구센터는 국내 최초로 향고래 몸 전체를 생생하게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향고래는 소설 모비 딕에 등장하는 이빨 고래종이다.  
  원래 우리나라 동해는 경해 즉 고래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고래가 많았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부터 남획으로 인해 그 개체수가 급격히 줄었다. 다행히 상업적 포경 금지 이후 서서히 과거 모습을 되찾는 중이다. 어망을 찢는 등 행동으로 어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지만 고래가 갖는 생태적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으로 한반도 주변 고래 생태를 더 깊이 연구하는 한편 혼획 방지 등 보호조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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