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fan)은 광신자 혹은 열광자를 뜻하는 퍼내틱(fanatic)의 단축형이다. 퍼내틱의 어원은 라틴어 파나티쿠스(fanaticus)인데 이는 교회에서 헌신적인 봉사를 하는 사람을 뜻했다. 그리고 팬덤(fandom)은 이들 팬이 모인 집단이다. 팬덤 현상은 과거 주로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에는 정치인이나 스포츠 스타, 작가, 예술가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그뿐 아니라 브랜드나 작품, 상품 등에도 팬덤이 형성되는 것이 요즘 추세다. K-팝 최고 스타인 보이밴드 BTS의 팬클럽인 아미(ARMY)는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의 하나다. 
  이렇게 팬덤이 일상화된 데는 미디어 빅뱅이 큰 역할을 했다. TV 등 전통 미디어 뿐만아니라 SNS 역시 팬덤 형성에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그 상징이다. 미디어 기술 발달과 이에 힘입은 미디어 홍수가 팬덤을 빠르게 확산시킨 것이다.
  그리고 팬덤의 성격도 변했다. 과거 팬덤은 그저 좋아하고 따라 하며 같이 모여서 공유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헨리 젠킨스는 팬덤을 생산적이며 참여적인 하위문화로 규정했다. 팬들은 주류 미디어 문화상품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배적 헤게모니 문화에 반기를 들며 자신들의 권력을 만들어간다. 그만큼 능동적이고 참여적이다. 거기에 프로슈머 즉 소비자이자 생산자의 역할도 한다. 옷차림이나 연기, 노래 등에 자신들의 취향을 반영시킨 뒤 만족감을 느낀다.
  이렇게 팬덤이 일반화하자 정계도 그 영향권에 들었다. 대표적 정치인 지지자모임은 아마도 ‘노사모’일 것이다. 노사모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열렬히 따르는 지지자들의 집단이다. 인터넷을 무기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최대로 키워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 등도 팬덤을 거느리는 정치인으로 등극했다.
  강력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사실에 기초한 토론과 비판 설득을 넘어 ‘이재명 지지자’이름으로 모욕적 언사와 문자폭탄과 같은 억압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지자들의 자중을 요구했다. 이는 이의원을 비판하는 민주당 의원들에게 ‘개딸’로 대표되는 열성 지지층이 문자폭탄 등 공격을 감행하는 데 대한 수습차원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어차피 대중적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팬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 팬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원뜻 그대로 광신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취향이 아닌 쪽은 악마화하고 편을 가른 다음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다. 이는 곧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된다. 정치인이나 지지층이나 이 점을 명심하고 팬덤을 이성적이고 조심스럽게 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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