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순김치, 가죽생채, 산동백잎 부각, 도토리묵볶음.
 귀에 생소한 이런 음식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찰음식이라는 것이다. 사찰음식은 흔히 절밥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고기와 오신채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물론 인공조미료도 절대 넣지 않는다. 여기서 오신채는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다섯 가지 재료다. 
  불가에서는 고기류는 자비의 종자를 끊는다는 의미에서, 오신채는 음심과 성내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먹지 않는 계율이 있다. 수행에 장애가 되는 음식들이라는 설명이다. 금기와 수행의 종교인 불교의 사상이 음식에도 반영되는 것이다. 
  사찰음식에는 또 다른 특징들이 있다. 약리 작용도 그중 하나다. 일반인에게는 식사요법의 하나로 간주 된다. 예컨대 사찰음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산초는 살충효과와 구충제 역할을 한다. 또 해독 작용과 피부병에도 좋은 효과를 내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제철 음식이 발달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산속 깊이 위치한 절의 특성상 밖에서 식재료를 들여오기 보다는 주변 산야에서 들풀이나 나뭇잎, 열매, 채소 등을 채취해 이용한다. 당연히 계절에 따라 그 재료가 달라진다. 사시사철 나오는 시장의 채소들과는 확실히 구분된다.
  사찰음식은 최근 들어 일반인에게도 널리 알려지고 또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웰빙 혹은 웰니스 트렌드와 관련이 있다. 바로 건강에 좋고 환경보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원래 불교의 기본정신은 간소하고 겸허한 자세에서 비롯된다. 사찰음식은 그런 견지에서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살리고 첨가물을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 점이 오히려 건강과 자연환경에는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이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테이스트 오프 파리(taste of Paris) 행사에서 사찰음식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불교문화사업단은 여기서 사찰음식을 시연하는 이벤트를 열어 쌈밥과 오이무채소박이, 연꽃차 등을 선보였다. 이 행사에는 하루 2천여 명이 다녀가는 등 성황을 이뤘다는 전언이다. 특히 세계적 요리학교인 코르동 블루는 조계종과 사찰음식에 관한 강의를 개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도 체결했다고 한다.
  사찰음식의 세계화도 멀지 않아 보인다.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 붐이 한식으로 번졌고 이제 한국 전통음식에 가장 가까운 사찰음식에도 미쳤다고 보아 무리가 없다. 사찰음식은 한국의 역사와 철학을 가진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식재료는 물론 조리 과정과 식사 예절 등이 모두 깊은 뜻을 지니고 있다. 문화 대국을 꿈꾸는 우리로서는 잘 가꾸고 발전시켜야 할 귀중한 전통문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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