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모닝커피 한 잔 / 임복식(국민연금공단)

 나의 하루 시작은 모닝커피 한잔이다. 모닝커피 한 잔은 마음을 맑게 한다. 오늘도 모닝커피를 마시는데 근무시간 전에 딩동 소리가 들렸다. 민원 대기표 소리였다. 눈에 익은 민원이었다. 얼마 전 노령연금과 긴급자금 대부 관련 상담했던 민원이다.
 그분과 처음 상담한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수심 가득한 얼굴로 내 앞에 앉았다. 얼굴만 봐도 고민이있음을 알 정도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돌려달라고 했다. 가입 이력을 확인해보니 최근 퇴직한 사업장가입자였다. 가입 기간이 길어 반환일시금 지급 대상은 아니었다.
 그는 퇴직 후 실업급여를 받았고 지금은 구직활동 중이라고 했다. 일자리가 없어 건설 현장을 기웃거렸지만, 일거리가 없어 허탕 치는 날이 많다고 했다. 직장생활 하면서 어렵게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는데, 갑자기 배우자가 큰병에 걸려서 여윳돈이 없어서 아파트 매매 계약금으로 치료비로 사용했단고 한다. 이사 날짜가 다가와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전세금이 부족해 고민하다가 국민연금을 생각했다고 했다.
 은행에서 대출은 딴 나라 이야기라고 했다. 공단 방문하기 전에 여러 은행에 상담했는데 대출을 받지못했다. 소득과 재산이 있는 사람만 대출이 된다며 투덜거렸다. 그는 20여 년 동안 낸 국민연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부족한 전세보증금은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가 없었다.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되면 연금으로만 지급되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일시금으로 지급 불가함을 설명해 드리고 대신 조기노령연금과 긴급자금대부신청을 권했다.
 민원인의 경우, 조기노령연금은 정상적으로는 63세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희망하면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60세인 지금 신청하면 정상적인 조기노령연금은 3년을 당겨 받음으로서 18%가 감액이 된다. 조기노령연금은 1년 당겨 받으면 6%가 감액된다. 당장 생활이 어려운 일부 가입자들은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곤 한다.
 민원인에게 전세보증금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었다. 긴급자금 대부 제도였다. 나이가 60세 이상이 되어 연금을 수령하고 있고, 대부 요건이 되었다. 대부 요건은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 시중 금융기관에서대부가 어려운 수급자에게 공단은 의료비, 전. 월세 보증금, 배우자 장제비, 재해복구비를 연간 연금수령액의 2배의 범위에서 최고 1,000만 원까지 실소요 비용에 대해 대부해 준다. 그의 병원비와 전세보증금을 확인해 보니 대부가능 금액이 그가 원하는 금액과 비슷했다. 조기노령연금 구비서류와 대부관련 서류를 메모하여 주었더니 고맙다는 인사를 수차례나 하고 상담을 마쳤다.
 긴급자금 대부제도의 이자율은 시중은행의 1/3수준이며 상환 방법은 5년 원리금 균등분할로 본인의연금에서 자동 상환된다. 연대보증이나 별다른 담보가 필요 없고 연금수급자이며 요건만 충족되면 된다. 좋은 점은 낮은 이자율과 함께 중도에 조기상환 하더라도 수수료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 상담한고객처럼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 시중은행에서 대부가 어려운 분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있다.
 민원인이 가져온 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를 확인하여 조기노령연금 신청을 받았다. 그리고병원비 영수증, 전세계약서를 복사한 뒤 긴급자금 대부신청도 받았다. 수령 가능한 연금액과 대부 금액, 입금 일자를 설명한 뒤 민원 상담을 마쳤다.
 민원인은 평소 국민연금에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생활이 빠듯한 월급인데 꼬박꼬박 공제하는 국민연금에 대해 불평불만을 많이 했는데, 이렇게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좋아했다.

민원인은 고민이 해결한 후 자리에 일어섰다. 지난날 처음 뵐 때보다 많이 밝아 보인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사무실을 나갔다. 가끔 내가 한 일은 별로 없는데 기분 좋은 때가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모닝커피를 입으로 가져갔다.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아 시원하다. 커피 한 모금을 머금자 쓴 향기가내 몸에 퍼진다. 상큼한 모닝커피 한 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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