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100여 일이 지났음에도 산업 현장에서 여전히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북의 경우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모두 5명이 일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모두 중대재해법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이와 관련 지난 3월 김제 스마트 수변도시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의 원청 건설업체 대표이사와 하도급업체 대표이사 등 3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도내에서 중대재해법 입건으로는 첫 사례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중대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전북 등 광주·전라 권역에 중대재해 위험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전북의 문제만은 아니다. 법 시행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산업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충북은 아예 산재 사고사망이 2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충북에서는 법 시행 이후 11명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사망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사망자 5명에 비해 두 배가 넘는 숫자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대재해법이 경영에 부담을 준다며 법 시행령 개정에 관한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체적 내용 불명확 등 시행령이 여러 면에서 미비하다는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골자는 경영책임자의 의무와 안전 보건 법령을 구체적으로 명시해달라는 것이다. 
  새 정부도 이에 호응해 올 하반기 중에 경영책임자의 안전 보건 확보 의무와 관련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산재에 관한한 세계 상위권이다. OECD회원국 중 한국은 상위권 자리에 올라 있다. 인구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에서 네 번째로 많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금도 한 해 800여 명이 산재로 세상을 떠나고 있고 산재 질병까지 포함하면 2천 명을 넘는 실정이다. 더욱이 법 시행이 겨우 100일을 넘긴 상황이다.  
  진통 끝에 나온 중대재해법의 본래 취지는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다. 실제 처벌 수위는 높지 않다는 평가다. 경영책임자들이 근로자들의 안전과 보건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이 시행되자마자 손질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시행 100일이 넘었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단 신중해야 한다. 정부가 경영계의 애로를 덜어주자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법이나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할 일이다. 이제는 우리도 후진국형 산업재해 사고들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경영계도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기에 앞서 스스로 안전관리에 소홀한 점은 없는지 되돌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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