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다가/무너져도 당신이 있다는 것에 안도했는데//당신이 태풍 맞은 열매처럼 툭 바닥에 떨어졌다/일초, 이초, 초여름 빛으로 당신이 경직되어 갈 때/몇 초 안에 신을 부르는//내 덧없는 시간에 시는/계산서를 결제한 것처럼/이 세상을 내어준 시간에게 힘이 없다//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난 당신이 나를 부른다/나도 그림자 같은 당신을 부른다(‘구두장이여 신발보다 더 높이는 보지 말게’ 중에서)”

지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일은 어떻게 생겼을까(실천문학사)’가 출간됐다.

이 시집에는 모호하고도 환상적이며 고도의 은유를 내포하고 있는 총 54편의 미려하고 섬세한 시들이 실려 있다.

김유석 시인은 작품해설을 통해 이 시집이 “실존에 대한 연민과 자의식의 봉함엽서들”이라고 정의한다.

김 시인은 “지연 시인이 앓는 자의식들의 표면은 아름답다. 문체의 결과 심미적인 이미지, 언어의 안배에서 우러나는 정서가 한 폭의 담채화처럼 그것을 그려낸다. 바탕과 채색 사이에서 의미의 복선을 지시하는 화자의 내면은 그러나, 더러 아프고 조금은 허무하다. 곳곳에 박힌 생의 파편들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전북 임실 출신의 지연 시인은 2013년 ‘시산맥’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2016년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당선, 제15회 시흥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8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하기도 했다./임다연 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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