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세희 참교육학부모회 전북회장

지방 선거를 앞두고 여러 교육감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평소에 후보들이 가지고 있던 소신을 바탕에 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방책을 더해서 녹여낸 것이라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네 명의 후보 모두 제대로 된 학부모 정책에 대한 고민은 부족해 보인다.

학부모가 교육3주체라고 하지만 여전히 표를 위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 속에 학부모 정책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할 판이다.

학부모 정책은 시혜성 정책이어서는 곤란하다. 학부모 시민으로서 학교 민주화를 위해 학교자치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부모가 진정한 교육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주체인 학부모로부터 지지받지 못하는 교육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빨리 인지하기를 바란다.

<공약분석>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비교·분석해 봤다.

김윤태·황호진 후보는 학부모라는 단어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존재 자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서거석 후보는 학부모 부담금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에서 한번, 공론화 위원회 구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서 한번, 총 두 번 학부모라는 명칭을 사용했을 뿐이다.

천호성 후보는 학부모 정책 아래 돌봄정책, 유아교육 무상화, 교육기본 수당 지급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교육의 주체로서 학부모자치에 대한 고민은 턱없이 부족하다.

부족하지만 나름 학부모 정책을 제시한 천호성 후보 정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학부모 부담 제로화를 제시한 것은 교육의 공공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공약이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어디까지 실현할 수 있을지 우려가 된다. 7시까지 돌봄연장 또한 깊이 숙고해야할 부분이 있다. 학교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이 과연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집이 아닌 곳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아이든 어른이든 대단히 피곤한 일이다. 9시 출근 7시 퇴근이라면 어른들도 견디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초등자녀를 둔 학부모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방안, 유급휴가 방안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 돌봄 시간만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므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교육감이 그 중심에 서겠다고 그 의지를 표명했으면 좋겠다.

김윤태 후보와 천호성 후보 돌봄 공약은 서로 비교해볼 필요는 있다.

김 후보는 초등학교는 오후 3시면 모두 하교시키겠다고 한다. 그게 가능하려면 부모 중 하나는 3시 이전에 퇴근해야 한다. 대한민국 노동환경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가? 부모가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노동환경이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두 후보 모두 돌봄 공백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인지하기에 어떻게든 그 해결책을 내세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좀 더 심도 깊은 고민과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그 결단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함께 싸우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갈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후보들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는지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보는 이유다.

학부모 정책을 실현할만한 역량 있는 정책팀을 각 후보는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