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에 이상 기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면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특히 이른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전반적 물가가 오르는 현상)으로 식품 가격이 뛰기 시작해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25일 소비자단체협의회가 1분기 생필품 35개 가격을 조사한 결과 32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올랐다. 밀가루는 15.2%, 쌈장 13%, 식용유 12.6%의 인상 폭이 컸다. 여기에 계란 한 판(15구)의 전국 소매점 평균가도 8천 원대로 훌쩍 올라 한 달 전보다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전망은 더 어둡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코로나 19에 따른 공급애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애그플레이션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 1위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28일부터 식용 팜유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이를 원료로 쓰는 라면, 과자, 화장품, 식용유 가격은 더 뛸 것이라는 예상이다. 지난달 식용 팜유 가격은 사상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는데 2년 전에 비하면 95.1% 올랐다.
  물가고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애그플레이션에 특히 취약한 면이 있다. 곡물을 포함한 식량 자급률이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사료용을 포함하면 21%에 불과하고 전체 식량 자급률도 45.8%에 불과하다. 그래서 국제 수급상황의 변동에 따라 우리나라는 즉각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정부의 대응은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안이하다. 이미 예견된 일이고 여러 차례 경험도 갖고 있으면서 이렇다할 종합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를 ‘식량 빈국’이라고 부른다. 식량안보지수는 국제적으로 꼴찌수준이라고 한다. 따라서 서둘러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밥상 물가의 공포는 되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식량 비축량을 늘리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대략 3개월 분이 비축돼 있는데 이를 늘려 비상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절실하다. 또 국산밀을 포함해 국내 농산물 생산을 늘리는 것도 숙제다. 연구개발을 통해 밀이나 콩, 옥수수 등의 생산량을 대폭 확대해 자급률을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국내 경지면적이 더이상 줄지 않도록 관리하고 해외 현지생산에도 눈을 돌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권고다. 
  정부는 당장 식량 비축 상황과 공급체계를 점검해 국민들이 밥상 물가 앙등에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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