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세대 인권변호사’ 고(故) 한승헌 변호사의 노제가 열린 25일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본관 앞에서 유가족들과 추모객들이 단체 묵념을 하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박상후기자·wdrgr@

“시대의 스승님이시여! 고이 가소서”

'1세대 인권변호사'인 전북출신 고(故)한승헌 변호사(전 감사원장)의 노제가 25일 전북대학교에서 열렸다.

대학본부 앞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진행된 이날 노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 등 한승헌 변호사 민주사회장 노제 준비 단체를 비롯한 시민들까지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노제는 오후 1시 40분부터 약 30여 분간 진행됐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추모사를 통해 “전주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시대의 지성이자 삶의 지표였다”면서 “그토록 힘든 싸움을 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고 깊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빛을 길어 올리는 데 전 생애를 걸었다”고 추모했다.

이어 “법조인이 법 조항에만 기댄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의 중심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다”며 “부정과 반인권 앞에서는 서슬퍼런 단호함으로 투쟁했고 민주와 인권의 가치에 온 인생을 바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시인이었고 가슴 뜨거운 인권변호사였으며 우리 모두의 스승이었던 선생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당신의 발걸음이 스며있는 전주 곳곳에서, 이별을 슬퍼하는 모든 시민과 함께, 온 마음을 다해 명복을 빈다”고 마무리했다.

황민주 시민사회단체 대표의 추모사와 김용택 시인의 추모시, 왕기석 명창의 추모곡도 이어졌다.

사회자 김용빈 민변 전북지부장은 “어두운 시대의 여러 고난과 위험 앞에서 비켜서지 않는 모습으로 후배와 동지들에게 '어둠 속 등불'이었다”면서 “고인이 생전 미해결 과제라고 말씀하신 '기본권의 확립과 인간의 존엄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평등사회'를 위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단체 묵념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기리고 노제가 마무리됐다.

1934년 전라북도 진안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북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7년 제8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뒤 검사로 임관했다.

5년간 통영지청·법무부 검찰국·서울지검 등에서 근무했고, 1965년 검찰을 떠나 변호사로 개업한 뒤 동백림 사건(1967), 통일혁명당 사건(1968), 민청학련 사건(1974), 인혁당 사건(1975),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1980) 등을 변론하며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렸다.

고인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당시 공범으로 몰려 투옥됐으며 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했다.

1998년에서 1999년까지 제12대 감사원장을, 노무현 정부에서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된 당시 노 대통령의 변호를 맡았다./하미수 기자·misu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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