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잦아들기는커녕 확대 재생산되는 양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21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장애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에 대한 항의 표시다. 이에 앞서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인수위를 찾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요구안을 설명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해놓은 상태다.
  전장연 등이 인수위에 요구하는 사안은 이동권 보장 외에도 장애인 평생교육과 장애인 콜택시 운영비 국고 지원, 하루 24시간 활동 지원, 탈시설 권리예산 등이다. 또 관련 법 개정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된 국민의 힘은 이준석 대표의 의견대로 부정적인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의 지하철 시위가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만큼 먼저 이를 중단하라는 입장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을 갈라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편 언론들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체험기사를 실었다. 취재에 나선 기자들은 장애인 이동이 매우 위험하고 또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장애인들의 시위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는 인정해야 한다. 장애인들 입장에서 정부가 이들의 요구를 외면하는데 대한 항의는 당연한 권리 주장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출근길에 불편을 주는 식의 시위는 옳다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
  따라서 원칙적인 부분부터 언급할 필요가 있다. 바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차원이다. 어느 사회가 어느 정도 선진사회인지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는 바로 사회적 약자들의 삶의 질이라고 볼 수 있다. 장애인을 비롯해 노인, 어린이, 결혼 이민자 등이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인데 이들에 대한 배려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름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그런 면에서 선진사회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 이동권은 그 대표적 예다. 나라 재정을 축내는 수준의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또 무슨 정치적 이념이 개재되는 사항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그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게 현실이다.
  인수위는 이동권 문제를 비롯한 장애인 권리에 더 세심한 정책과 더 많은 예산 투입을 지향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이를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논쟁거리로 만들 일이 아니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들도 인내심을 갖고 차분한 자세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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