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이 전북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고 있지만 장애인 등 이동약자들의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진 상황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42 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실제 휠체어에 탑승해 한옥마을 내 장애인 접근성에 대해 살펴봤다.

19일 오전 휠체어를 타고 찾은 전주 한옥마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녔던 거리 곳곳 요철이나 맨홀 윗부분 등에 바퀴가 걸릴 때마다 휠체어가 불안하게 휘청거렸다. 장애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던 곳들도 마찬가지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넘어다닐 수 있었던, 한 뼘도 되지 않는 턱들이 곳곳에서 벽처럼 휠체어의 진로를 가로막았다.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가게들은 대부분 입구와 길 사이에 단차가 있거나 문 아래 턱이 설치돼 있어 이동약자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일반 관광객들은 아무렇지 않게 드나들 수 있는 경기전 앞 꽃길 산책로 역시 휠체어를 타고서는 올라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5cm 남짓한 단차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었지만, 휠체어 바퀴에게는 너무 높았다.

한옥마을의 얼굴과 다름없는 경기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입구에 설치된 나무 데크는 끝이 둥글어 어렵지 않게 올라설 수 있겠거니 했지만, 앞 바퀴를 올리는 일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경기전 내에서 안내를 맡은 관계자가 밀어준 다음에야 안으로 안전하게 들어설 수 있었다. 내부 문턱, 단차가 있는 공간마다 설치된 목제 경사로는 곳곳이 휘어 있어 이동하는 내내 불안감을 주기도 했다.

2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휠체어를 타고 돌아본 한옥마을은 열려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이동약자들에게는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그림의 떡’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이와 관련해 유승권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전주 한옥마을은 관광지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 입장에서 보면 상가, 식당 등에 편히 드나들 수 있도록 접근권이 보장된 곳이 많지 않다”며 “시설별로 경사로와 같은 편의시설을 갖추는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김수현 기자·ryud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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