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0곳 중 6곳 이상이 화재에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설비시설을 보강토록 하는 내용의 관련법이 개정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상당수 병의원들이 이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8월 ‘소방시설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규개설 병원은 물론 기존의 모든 종합병원과 치과병원, 한방병원 등 병원급 의료기관들을 대상으로 오는 8월31일까지 스프링클러설비, 자동화재속보설비 등의 소방시설을 소급해 설치토록 했다. 하지만 전북소방본부가 지난해 말 도내 소방시설 소급설치 대상병원 115개소를 전수 점검한 결과 이중 35%에 불과한 41개 병원만이 이를 마무리한 상태였다. 법 시행이 아직 4개월 정도 남았다 해도 예고 없는 화재가 오늘 당장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기에 걱정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주변 도움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기에 화재 등에 대한 각별한 대비가 필요함에도 이의 심각성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다는 반증일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실제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의 한 산부인과 1층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었다. 다행히 중상자나 사망자는 업었지만 산부인과 병원 건물 안에 있던 신생아, 산모 등 122명이 대피하는 큰 혼란이 있었다. 자칫 심각한 집단 인명피해로 까지 이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더욱이 이 산부인과 건물에선 지난 4일 지하1층 기계실에서 또다시 불이 나 소방당국이 20분 만에 진화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아무리 점검하고 주의를 기울인다 해도 화재가 얼마큼 예외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화재는 한번 발생하면 사후조치가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것을 파괴해 원점으로 돌려버리는 최악의 인재다. 정부가 강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인 예방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병원은 물론이고 적지 않은 대형취약 건물들에 대해서도 화재의 위험성은 없는지 세심히 들여다봐야 한다. 사소한 부주의와 방심이 심각한 인명피해와 재산적손실은 물론 국가적재난사태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화재’다. 소방당국의 지속적인 점검과 만일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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