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니 맴이 내 괴로움을 알까?” “내 맴 속에 니 괴로움이 있으면 알지”
“그럼 잘 차자 봐 니 맴 속 어딘가에 내 괴로움이 있는지. 없으면... 없으면... 난 죽어!”
                                     -연극‘봄날’중에서

부자간의 대립과 갈등이 세월의 흐름 속에 용서와 화해로 변하는 모습을 잔잔하게 그려낸 작품이 공연된다.

전주시립극단은 올해 122회 정기공연으로 4월 5일부터 9일까지 덕진예술회관에서 ‘봄날(연출 이종훈)을 무대 위에 올린다.

작가 이강백의 희곡인‘봄날’은 인색한 절대 권력자 아버지의 이야기다. 

배 곪던 시절의 나른한 봄날. 아버지는 배고프다 아우성 치는 자식들을 지팡이를 휘두르며 논과 밭으로 내몬다. 어머니처럼 자상한 장남, 천식을 앓는 병약한 막내,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혹사당함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섯 명의 자식들이 불편한 관계 속에서 어렵사리 생을 영위하고 있다. 차디찬 겨울이 삶의 갈등을, 따스한 봄이 다시금 화해를 빚어나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봄날’은 삶의 과정을 계절로 표현한 작품이다. 갈등과 대립으로 가득찬 이 작품에서 노년기와 소년기의 갈등은 겨울과 봄 같다고 할 수 있다. 겨울이 모든 소유물을 상실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색한 모습이라면 봄은 정 반대로 모든 것을 차지하고 싶어 하는 조급한 모습이다.

1984년 초연된 ‘봄날’은 제8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해 대상과 연출상, 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전북지역 방언으로 각색해 지역 사투리의 구수함을 살려내는 한편 원작이 가지고 있는 작품 본연의 원형을 잃지 않는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극작가 이강백은 전주 출신의 작가로 대표작‘봄날’을 비롯해 수 많은 희곡을 통해 우리나라 제도나 사회의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작가다.

작가는 ‘봄날’을 통해 특유의 시적 대사와 우화적 분위기를 풍겨낸다. 계절을 통한 가족의 삶의 변화가 우리의 사는 모습을 대변하는 만큼 우리들의 삶과 사회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극단 관계자는“2년이 넘게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코로나로 공연예술의 향유는 고사하고 생업의 한계에 부딪혀 고난의 시기를 겪고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한편 하루 빨리 작품에서 이야기되는 봄날이 찾아오길 소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면서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무대위의 여백과 관조하는 시선이 느껴져 회춘을 향한 원초적 욕망과 관용의 세계가 한데 어우러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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