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물가고 속에서 이번에는 유가가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국내 유가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민들의 생계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경유값이 강세를 보여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국내 경유값은 27일 현재 전국 평균 리터당 1919원을 기록 중이다. 연초 대비 30% 이상 급등한 것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리터당 2000원을 넘긴 곳도 속출하는 처지다. 작년 11월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안정됐던 유가는 올 초부터 상승세로 접어들어 좀처럼 내려갈 기미가 없다. 경유값은 인상폭이 높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이미 휘발유값을 초과한 경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경유는 화물차와 건설장비, 택배차량, 농기계, 어선 등에 쓰이며 주로 서민들의 생계에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화물차의 경우 유류비의 비중이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값이 뛰면 그만큼 화물 업계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경유값이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는 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침공 이후 유럽에서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지 않게 되자 수급 불안사태가 터진 것이다. 유럽은 경유차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그간 러시아산 경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발발하자 경유값이 급등하는 것이다.

결국 화물 노조가 집단행동에 들어가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지난 21일 유가 급등으로 인한 운송비 부담이 자신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만약 현 상황이 길어지면 화물 업계뿐만 아니라 택배, 농업, 어업 그리고 기업 등에까지 여파가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적극적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정권 교체기라는 특수성에다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다며 더 두고 보자는 식의 태도로 알려졌다. 유가 변동성이 크다는 것도 정부가 관망하는 이유로 거론된다. 물론 국제 석유시장에서 오르는 유가를 정부로서 제어할 방법은 없다.

그렇지만 경유값 앙등으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유류세를 인하 한도인 30%까지 내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또 승용차 부제 시행 등 유류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모든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정책 투입의 시기를 놓치면 그 효과는 떨어지고 사태는 더 악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공급처의 다변화와 같은 종합대책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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