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이 안고 있는 고질 중 하나는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이다. 생산에서 출하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농산물의 특성상 수급조절이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가 있지만 폭등과 폭락 사이 널뛰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이런 현상은 농민이나 소비자 모두에게 손실을 안긴다.

올봄에도 어김없이 농산물 가격 파동이 왔다. 바로 양파다. 수요 부진과 과잉 생산으로 연일 계속 양파 가격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도매시장 기준 kg당 400원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작년 대비 70% 폭락이다. 지난 14일 정부 세종청사 앞에서는 한국양파연합회 등 생산 단체들이 모여 전국대회를 열고 20톤 이상의 양파를 쌓아놓고 대책을 촉구했다. 양파 생산 농가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전국 곳곳에서 올해 산 조생 양파밭을 갈아엎는 등 시위에 들어간 상태다.

농가들은 2021년산 저장 양파 폐기, 2022년산 조생 양파 산지폐기, 양파 생산량의 10% 공공비축수매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코로나에 따른 소비 감소 피해에 대한 농가 재난지원금 지급 등도 촉구했다.

지난 2019년에도 양파 가격이 폭락해 전국적으로 큰 소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올해 또 가격 파동이 왔으니 농민들로서는 정부의 대처에 분노할 법하다. 더 큰 문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의 농산물 가격 안정대책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양파나 마늘 등 주로 노지 채소가 가격 파동을 많이 겪었음에도 정부의 대책은 늘 임기응변 처방에 그쳤다. 가격이 오르면 외국에서 수입하고 가격이 떨어지면 혈세를 투입한 시장 격리로 대처했다. 이런 노력은 안타깝게도 농산물 가격 안정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시스템이 후진국 수준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근대적 경매제나 투기적 작물 재배, 복잡한 유통구조, 수요나 공급 예측 시스템의 불비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웃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농업 구조를 갖고 있지만 농산물 가격은 안정적 수준을 유지한다고 한다. 생산자의 수급조절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이 이유다.

이제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에 대한 획기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계약재배 확대나 공공수매 확대, 도매시장 선진화, 직거래 시장 활성화 등이 대책으로 거론된다. 물론 농민들이 모든 것을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렇지만 농산물 가격 문제를 농협이나 지자체에 맡기고 발을 빼서는 안 된다. 당장 양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조치부터 취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공론화를 통해 도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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