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난주 회동 무산 원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주요기관장 인사협의에 대한 사전 조율실패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신구권력의 마찰을 보는 국민의 시선이 여간 불편치 않다. 산적한 민생문제 해결을 위해선 양측의 원활한 정권 인수인계에 대한 논의가 서둘러져야 함에도 쓸데없는 힘겨루기로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기에 그렇다.

문 대통령은 18일 “윤 당선인과 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자리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청와대의 문은 늘 열려있다”고 회동 의지를 분명히 하고 윤 당선인 측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국민들 보시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일단 만남의 가능성은 다시 열었다.

하지만 회담 전망에 대해선 아직도 낙관과 비관의 시각이 여전하다. 의제에 대한 구체적 입장 접근이 있어야 한다는 강경기류와 신구권력이 충돌하는 모습은 득이 없는 만큼 일단 만남에 전제를 달지 말자는 주장의 조율이 쉽지 않아서다.

선거를 통해 극명하게 양분된 국민여론을 하나로 모으는 통합 정치를 위한 시급함은 없고, 보고 싶지 않았던 ‘승자의 굴복요구’와 ‘아직은 내 세상’이란 강대강의 입장차만 있을 뿐이다. 특히 정권교체 초반이면 어김없이 되풀이 됐던 공기관장들의 물갈이가 이번에도 현실화 될지를 놓고 중앙은 물론 도내 혁신도시 공기관이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그동안 협력체계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한다. 임기만료 기관장 인사를 ‘알박기’라고 비판하면서 시작된 마찰도 이번 회동무산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당시 당선자 신분이었던 김대중전대통령과 선거가 끝난 이틀만에 만나 정권 이양 관련 6개 합의사항을 발표했고 새 정권이 출범할 때 까지 8차례나 회동했다. 상대에 대한 믿음과 존중을 바탕으로 차질 없는 인수인계를 통한 원만한 국정운영이라는 큰 틀의 완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화유지군이라 해도 결국은 점령군이고 버텨도 시간은 간다. ‘우리 정권 가져갈 때 너희들도 이렇게 했다’가 아니라 ‘너흰 그렇게 했지만 우리는 아니다’란 승자의 아량이 이어지는 정치, 한발씩 양보하는 미덕의 정치가 참으로 아쉬운 지금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