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일원에서 전주완산소방서 관계자들이 소방출동 환경개선을 위해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진행한 가운데 소방차가 불법 주·정차로 인해 좁아진 길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다. /장경식 수습기자·guri53942@

“소방차가 빠르게 화재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배려와 양보가 가장 필요합니다”

화재 초기진화를 위한 ‘골든타임’ 확보의 중요성에도 불구, 여전히 현장에서는 협조하지 않는 차량이 많아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하다. 

소방차 출동 시 시민들의 협조 여부와 애로사항 등을 살펴보기 위해 전주완산소방서에서 진행한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현장을 찾았다. 

17일 오전 10시께 찾은 전북 전주완산소방서. 이날 길 터주기 훈련에 참여하게 된 순찰차와 펌프차 2대가 줄을 서 있었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하기 위한 완산구청 이동식 단속 차량도 함께였다.

이날 훈련 대상이 된 곳은 서부 신시가지 일대 소방출동로. 출근 시간이 이미 지난 시간이다보니 소방차들은 인근의 아파트 단지 사이를 막힘없이 달려 나갔다.

수월하게 이어지던 행렬은 롯데마트 전주점 뒤편 왕복 2차선 골목길에서 멈춰서야 했다. 양쪽에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이 즐비해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공간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소방차량 운전을 맡은 소방관은 “이면도로에는 항상 얌체 주차하는 차량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만일 이 시간대, 이 장소에서 화재가 났을 것이라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푸념했다.

소방차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마주 오던 차량들은 인도로 빠져 소방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하지만 주·정차된 차량 사이로 지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고, 소방차는 해당 구간을 빠져나가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자 대기하던 승용차의 창문이 스윽 내려갔다. 

이 운전자는 잔뜩 구겨진 얼굴로 “왜 빨리 안 빼는 거예요?”라고 물어왔다.

이에 운전을 맡은 소방관은 소방차 사방에 달린 사이드미러를 이리저리 살피느라 정신없었다.

동승한 소방대원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이쪽은 여유롭습니다. 진입하셔도 됩니다“라며 보조를 했다. 마치 주객이 전도된 듯한 모습에 씁쓸했다.

꽉 막힌 두 블록을 지나자 한시름 놓았다는 듯 탄식이 터져 나왔다. 두 블록 남짓을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 분. 1분 1초, 촌각을 다투는 실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해졌다.

한 소방관은 “소방차 길 터주기에 대한 홍보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시민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불법 주·정차나 양보를 하지 않는 차량 등이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화재 신고가 접수되면 여러 119센터에서 동시에 출동을 한다”며 “한쪽 길이 막히면 다른 길을 이용해 빠르게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전주완산소방서는 이날 길 터주기 훈련과 동시에 소화전 ‘골든고리’ 설치도 병행했다. 이는 소화전 인근 불법 주·정차로 인한 출동 및 급수가 지연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로, 소화전 5m 이내 불법 주·정차 금지를 알리기 위해 전국 최초로 마련됐다.

소방서 관계자는 “화재 상황에 있어서 소방출동로 확보와 수원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대형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소방기본법에 따라 소방차동차의 출동에 지장을 주는 경우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임다연 수습기자·idy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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