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서 시작되는 원시적인 선을 통해 유한의 문자를 무한의 예술 경지로 확장시킨 전시회가 마련됐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 서울관은 오는 21일까지 ‘이완 개인전’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 서예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문자인 한문과 한글이 아닌 알파벳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위주로 한다. 

한문, 한글과는 또 다른 구조와 성격을 가진 알파벳으로 어떻게 서예의 확장을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다. 

과감하고 패기 넘치는 시도들은 그 동안 글씨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고 체득되었던 서예적 개념과 그만큼 전통 사이에 대한 깊은 뿌리를 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예술은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 새로움을 추구하듯 작가의 서예는 뿌리 찾기에서 출발한다. 

끊임없는 숙련은 결국 인위를 덜어내고 자연의 순박함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듯 작가의 작업 또한 오랜 기교의 축적 위에 ‘졸(拙)’이라는 예술적 근원을 선(線) 그 자체로 회복하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모든 현란함을 다 덜어내고 순수한 필선의 우직함을 드러낸다. 

그러한 선들의 조합을 통해 극도의 세련미를 넘어 자연의 원초적 생명력을 문자에 응집시키고 있다.

작가는 잘나고 멋스럽고 예스러운 서예 미학을 추구하지 않는다. 

단어나 문장이 갖는 의미를 그 단어의 형태에 되새기는 글씨를 쓴다. 아울러 화선지 위에 담겨지는 글씨들의 구성과 조합 면에서도 삐뚤빼뚤 들쭉날쭉하여 장난끼 가득하면서도 그 짜임새는 아귀가 꼭 들어맞는 듯 자연스럽다. 

작가의 서체는 '못난이 글씨'라는 애칭을 갖는다. 투박하면서도 슴슴한 그러면서도 깊은 맛과 멋을 지닌 당당함과 겸손함을 겸비한 글씨인 것이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전통이라는 형식주의에 얽매인 서체, 살찌고 유려하며 기름기 넘치는, 아니면 기백만이 남치는 서체, 전통과 현대의 융합이라는 괴상망측한 서체들이 우리들의 미감을 현혹하는 것을 염려한다."면서 "작가는 형식화된 서체의 유행 시대에 뒤따르는 획일화 되어지는 서예의 미학, 서에의 도에 다양성을 부여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큰 멋은 단순함으로 그 쓰임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평했다.

이 완작가는 원광대학교 순수미술학부 서예 전공 졸업, 북경 중앙미술학원 국화계 서법반 진수과정 수료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7번째 개인전이며 100여 회의 기획 초대 단체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9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전시 기획 공모 당선, 한국서예협회 청년 서예가 선발전 2회 선발, 수원서예박물관 청년 작가로 선발되었다. 현재는 한국 전각협회, 한청서맥, 80후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