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선거 막판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의 초박빙 대결이 이어지면서 오늘과 내일(4~5일) 이틀간의 사전투표 독려에 여야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역대 최고치의 사전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 30%를 넘길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서로 물고 뜯기는 최악의 진흙탕 싸움이란 혹평이 나오는 대선이기에 가능한 예측이다.

후보 간 치열한 접전은 선거에 냉소적인 유권자 관심을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선의의 과열은 차별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과 과감한 도전을 유도하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치열한 공방과 마찰을 통해 이뤄낸 결실은 비록 흠집은 있을지라도 미래를 향한 선진 정치의 발판을 마련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 우리네 선거에 있어 아름다운 패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이긴 자가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정치는 패자와의 철저한 반목의 관계를 유지토록 하면서 다음 선거 때까지 수성과 설욕을 위한 터 잡기로 점철됐다. 정치교체냐 정권교체냐를 놓고 우열을 가리기 힘든 대선 후보들 간의 경쟁이었기에 초반 정책선거를 통한 제대로 된 대통령감 선택에 대해 기대를 했던 20대 대선이었지만 이 역시 선거 후유증을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내고 끝낼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 보인다. 이겨야 한다는 목적에 오직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과 흠집 내기, 의혹 제기만이 난무한 역대 최악의 비호감 후보들 간의 대결로 변질하면서 정치에 대한 국민적 혐오와 불안감만을 가중시킨 것은 그중에서도 더욱더 최악이다.

특히 선거기간 내내 하루가 멀다 않고 터져 나왔던 대장동 몸통 논란, 주가조작,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은 후보자는 물론 정치, 행정, 사법부의 신뢰를 한꺼번에 의심받게 하기 충분한 총체적인 불신 덩어리였다. 선거기간에 제기된 의혹과 수사 중인 비리가 명명백백하게 가려져야 하는 것은 물론 죄가 있다면 당선자라 해도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낙선하면 감옥 가는 게 아니라 당선돼도 감옥 갈 수 있음을 알게 해야 한다. 지금 투표하러 가는 유권자들이 후보 선택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도록 진실을 숨기고 눈을 가린 나쁜 자가 누군지 반드시 가려내야 한다. 대선이 어떻게 결론 나든 화합이란 명분으로 모든 걸 덮고 갈 사안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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