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학벌주의 사회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SKY대학의 나라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명문대를 졸업하지 않으면 빛 보기 어렵다. 명문대는 아니더라도 인서울대학이라도 나와야 사람대접을 받는다. 속칭 ‘지잡대’라는 말이 있다. 지방의 잡스런 대학이라는 뜻인데 사람 무시하는 뉘앙스가 강하다.

이런 상황서 눈길을 끄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재단법인 교육의 봄은 학벌이나 자격증 등 주요 스펙이 실제 업무성과와는 관련이 없다는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국내 5개 업종, 11개 기업, 총 2천41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학벌과 실제적 업무성과와는 유의미한 관련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자격증 개수도 1개 기업을 제외하고는 성과와 관련이 없었고 학점과 영어 성적 역시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

교육의 봄 측은 학벌과 스펙이 신입사원 채용 지원자의 역량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세간의 믿음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원을 뽑을 때 직무 역량을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당연하고 상식선에서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학벌주의의 폐해를 언급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지경이다. 학벌주의는 교육체계를 위기 속으로 몰아넣을 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주고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하며 사회 갈등요인이 된다. 우선 지방의 입장에서 학벌주의를 보면 지역소멸의 원인의 하나다. 학생들이 너도나도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진학하다보니 지방대학은 고사 직전이다. 인구도 지속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마다하지 않고 서울로 향한다. 비극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여전히 학벌을 채용 기준으로 선택한다. 그만큼 편하고 나름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국내외 여러 사례에서 보듯 학벌 없이도 성공하는 경우는 흔하다. 사람은 각자 타고난 재능이 다르다. 명문대를 나오는 것과 그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 성공하는 것은 별개다. 이제 학벌은 성공의 마스터키가 아니다. 온 사회가 학벌주의 타파에 팔을 걷어붙일 때다. 더이상 이를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기업은 사원모집 관행을 뜯어고쳐야 한다. 일각에서 실시되는 블라인드 채용은 하나의 대안이다. 정부도 학벌주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정책들을 많이 내놓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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