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정 시인의 말들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통통 뛰어다닌다. 동사로 이루어진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런 발랄한 어조를 이끌고 가는 것은 어린이 화자다. 이 시집 속 어린이는 생각이 깊고 어른보다 정확하게 세계를 관찰할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안도현 시인이 김순정 시인의 동시집 ‘거북이 서점(정인출판사)’ 추천사를 통해 밝힌 감상평이다.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김순정 시인의 동시는 순수함과 독특함이 공존한다.

“조그만 휴대폰 안에/다 있다//먹고 싶은 거/입고 싶은 거/새벽 배송/로켓 배송/집 앞 현관까지 안전하게//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기만 하면/주문한 게/다 온다//작은 화면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엄마만 빼고//(‘엄마 주문’ 전문)”

“밤이/물 위에 동동 떴다//가벼워진/몸무게는/밤바구미에게 나눠 준/사랑의 크기//나란히 뜬 오동통한 밤바구미가/오늘은 왠지//사랑스럽다(‘나누기 사랑’ 전문)”

4부로 구성된 동시집 ‘거북이 서점’은 어린이들의 순수한 믿음과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려는 선한 시선과 함께 어린이들이 자기 마음을 굳게 지키려는 고집을 동심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실제 동시 ‘나누기 사랑’은 자신을 오롯이 나눠주고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밤”의 “가벼워진/몸무게”만큼 “밤바구미”는 “오동통”하게 자랐고, 화자는 그 모습에서 “사랑의 크기”를 발견한다. 

제 속을 헐어 다른 생명을 키우는 일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김 시인의 시 세계는 익숙한 장면을 유쾌하게 뒤집어 뒷면의 진실을 세상에 내놓기도 하고, 다른 존재와 얼마나 진정성 있게 만나고 소통하는지 깨닫게도 한다.

문신 시인은 ‘거북이 서점’ 해설을 통해 “어른들은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가르치려고 하지만, 동시 속 어린이 화자는 동시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투명하게 비춘다”라며 “동시에 담아내고 싶었던 어린이의 세계가 사실은 꽁꽁 감추고 싶었던 어른의 부끄러운 모습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이들은 잘 알고 있지만, 어른들은 오래전에 잊어버렸던 비밀로 가득한 숲이 ‘거북이 서점’에 빼곡하다는 얘기다.

전주에서 태어난 김순정 시인은 2015년 한국 아동문학회 ‘아동문학 예술’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한국 아동문학회, 전북 아동문학회, 전북 문인협회, 동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석대 대학원에서 문학 석사를 취득하고, 원광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과정 중이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