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것 중 하나는 지구종말론이다. 인터넷에는 한 해 수십 개씩의 종말론이 흘러 다닌다. 물론 거의 모두가 과학적 증거는 없고 성서나 혹은 예언자들의 말에 근거한 짜맞추기식 종말론이다. 지금까지 나온 그 많은 종말론 가운데 비슷한 일이 일어난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혹시나 하는 불안과 공포심을 일으키는 게 바로 종말론이다.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도 종말론자라면 모두 의외일 것이다. 그는 성경 속의 종말론 연구에 생애의 후반을 바치다시피 했다. 그가 남긴 편지에 의하면 구약의 ‘다니엘서’를 토대로 오는 2060년 세계가 종말을 맞게 될 것이라고 한다. 워낙 신실한 기독교도인 뉴턴에게는 성서가 세상의 모든 것이었으니 이해할 만하다. 근대 과학의 아버지 뉴턴으로서는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다. 아직 2060년은 오지 않았으니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

더 많은 지구 종말론이 있었고 아직도 떠돌고 있다. 1990년대에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을 들먹이며 1999년 세상이 갑자기 멸망한다는 얘기가 널리 퍼져나갔다. 거기에 컴퓨터 밀레니엄 버그로 인해 군사 무기 오작동과 핵전쟁이 일어난다는 낭설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세상은 망하지 않았다. 2012년 다시 마야 달력의 마지막 날이 2012년12월21일이어서 그때가 세상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역시 그날 이후에도 지구는 건재했다. 그 외에도 사이비 과학지식을 동원해 행성 충돌이나 지구 지축의 뒤바뀜, 태양 흑점 폭발 등으로 인해 지구가 끝장난다는 속설들이 여전히 맴돌고 있다.

다만 과학자들은 이 세상이 영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태양이 식으면 물론 지구는 망한다. 태양이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려면 100억 년이 필요한데 현재 태양의 나이가 50억 년이다. 따라서 앞으로 50억 년 후면 태양이 식어버려 지구도 덩달아 소멸 된다는 시나리오다. 지금부터 걱정할 일은 아닌 것임이 분명하다.

미국 핵과학자회(BAS)가 지난 20일 지구 종말 100초 전을 가리키는 지구종말시계를 공개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핵과학자들은 1947년부터 지구 멸망시간을 자정으로 설정하고 매년 지구의 시각을 발표한다. 이 시각 결정은 핵전쟁 위협과 기후변화 위기, 생물학적 위협 등 지구가 직면한 위기들을 감안해 이뤄진다.

최후의 날인 자정까지 100초밖에 안 남았다면 긴박한 국면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100초는 3년째 같은 수치다. 그만큼 희망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무기든 이상기후든 간에 인류가 합심 노력해서 해결할 문제인데 여전히 국가 간 갈등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문제다. 우리나라도 북한 핵무기라는 위험요소를 안고 있다. 새해에는 지구종말시계가 훨씬 뒤로 늦춰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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