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형유산원 조사연구기록과 강석훈 학예연구사

남원하면 떠오르는 명소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광한루를 꼽는다. 광한루는 단오날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이몽룡과 성춘향의 사연을 담은 판소리 춘향가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양반과 기생의 신분을 뛰어넘는 이 러브 스토리는 판소리 명창들과 서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이제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쑥대머리’ 한 대사는 외워 부를 정도로 판소리 춘향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무형문화재가 되었다.

남원 문화예술의 깊은 정신과 뿌리는 이곳 주민들이 수백년간 지켜온 마을신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고장에서는 정월대보름이 되면 곳곳의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내며 주민들의 안과태평과 풍요를 기원한다. 이 당산제의 시작을 알리며 축제의 기운을 북돋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농악대이다.

농악대는 당산을 시작으로 신명나게 한판 놀고 마을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하면서 가내를 정화하고 한 해의 복이 깃들기를 염원한다. 축제를 치르고 나서는 주민들과 한 데 어울려 판굿을 벌이고, 기예가 뛰어난 자들은 개인놀이를 선보이며 축제의 꽃을 피운다. 남원농악은 주민들의 단단한 공동체 의식을 근간으로 오랜 세월 동안 세대와 세대를 거쳐 그 특유의 기·예능이 전승되어 남원 전통문화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으며, 2019년 국가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남원농악은 근대시기 이후 마을농악에서 전문농악으로 발달하면서 걸립굿의 전통성과 판굿의 예능성을 모두 겸비하고 있다. 오늘날 연행되는 대부분의 지역 농악이 판굿의 예능에 집중하고 있어 그 저변의 문화를 상실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반해, 남원농악은 농악 본연의 당산굿·샘굿·지신밟기 등 전통축제로서의 면모를 잘 간직하고 있다. 특히 지신밟기 과정에서 가창되는 고사소리가 아주 구체적인데 여타 호남지역에서 보기 힘든 집터내력, 성주풀이, 비단패물타령, 업타령, 액막이소리, 노적타령 등이 전승되고 있다.

판굿은 전굿, 후굿, 재능기로 구성되는데, 전굿은 빠른 가락으로 몰며 전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후굿은 적군의 수장을 잡는 마당극 형식의 재담과 상여소리가 어우러진 도둑잽이굿과 군사놀이가 하나의 연극처럼 구성되어 있어 호남지역 농악의 군사적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각 치배의 솜씨를 자랑하는 개인놀이 중 쇠꾼의 부포놀이가 행해지는데, 호남좌도농악에서만 사용하는 부들상모를 직접 제작하여 독보적인 수준으로 그 놀음을 연행하고 있어 지역적 특징이 두드러진다.
1994년에 남원농악 상쇠의 계보를 잇는 주요 전승자들을 중심으로 보존회가 결성되었고, 이후 20여년 동안 꾸준한 전승활동을 벌인 결과 남원 내에 24개의 농악단이 구성되어 미래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올해 남원농악을 대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종목의 역사, 연행의 특징, 전승계보와 현황에 대해 영상·사진·도서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록·보존을 추진하여 남원농악의 진면모를 고스란히 담아 이를 토대로 남원농악의 전승 및 연구 활성화와 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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