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미국 CBS의 인기 토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The Late Show’는 우리나라 BTS를 초대했다. 장소는 1964년 비틀즈의 미국 데뷔 무대인 에드 설리반 극장. 비틀즈를 오마주하는 자리였다. 다시 말해 미국에서 날로 인기가 치솟는 BTS가 비틀즈의 뒤를 잇는 시대의 아이콘임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1964년 비틀즈가 미국 뉴욕의 JFK공항에 내린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이를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시작이라고 부른다. 영국의 침공 쯤 되는 뜻인데 당시 미국에서 비틀즈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데서 온 것이다. 약 2주에 걸친 비틀즈의 미국 일정은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어마어마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들이 출연한 에드 설리반 쇼는 7천300만 명이 시청했다. 이후 미국 팝시장은 비틀즈를 비롯해 여러 영국 밴드들의 안방이 되고 만다.

사실 미국의 대중문화 시장은 규모도 크고 콧대도 높기로 유명하다. 웬만한 나라들의 대중문화는 미국에서 발붙이기 힘들다. 극히 예외적인 게 바로 브리티시 인베이전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를 BTS가 차지한 것이다. 그럴 만했다. BTS 곡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연이어 점령하고 공연 역시 대성황을 이뤘다. 50년 전 비틀즈의 위상에 비해 별로 뒤질 것도 없는 기세였다.

한국 대중문화의 전 세계 진출은 BTS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와 드라마, 웹툰, 푸드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 문화는 이제 주류가 됐다.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한류가 세계로 진출을 시작하던 1990년대 이후 불과 30년 만에 이룬 성과다.

그런데 우리나라 드라마가 또 일을 냈다.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한국 최초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오영수는 9일 열린 시상식에서 쟁쟁한 유명 배우들을 물리치고 TV 드라마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극 중에서 게임 1번 참가자인 오일남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국 배우가 골든글로브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것은 사상 최초다. 수상에는 실패했으나 오징어 게임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격세지감이 있다. 한국인 스스로도 어리둥절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가 이렇게 국경을 넘어 인기몰이를 하는 데 대한 여러 해석들이 나온다. 대략 재미와 의미 있는 메시지가 잘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한다. 장르물에 신물이 난 외국인들에게 그런 한류가 신선하게 다가서는 모양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그 열기가 아주 쉽게 식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문화의 힘’이라는 김구선생의 염원을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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