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야간 통근버스를 탔지요/당신은 꼬박 4시간을 달려/김해 진영까지 갔어요/오래전부터 익숙한 길을 가는 것처럼/능숙하게 운전을 했지요/달맞이꽃 짙게 피는 밤/만월이 인도하는 기인 남해고속도로가/외롭지 않았던 것은/굽이굽이 어둠의 길 함께 가기 때문이지요/살아왔던 날들처럼/살아가야 할 날들도/그렇게 같이 가야 하겠지요//(‘동행’ 전문)”

오경옥 제2시집 ‘노스텔지어는 은행나무길 위에 있다(북 매니저)’에는 “밀려오는 파도를 두려워하거나 원망하지 않으며 폭풍우를 몰아치는 마음 젖는 날에도 겸손히 몸을 낮춰 세상의 소리를 모으는(‘몽돌’ 중에서)” 의연함이 묻어난다. 휘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앞길이 캄캄해도 뒤로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도 시편에서 엿볼 수 있다.

시인이 표현하는 강인함과 의연함은 독자에게 어떠한 희망을 느끼게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폐해진 마음에 지치지 말라는 위로가 되기도,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묵묵히 걸어가라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별것 아닌 시어에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함축적 의미가 담긴 제목에서는 짧은 기쁨을 느끼게도 한다.

오경옥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수많은 행간을 고뇌했던 밤"이라고 언급한다. 시인이 꾹꾹 눌러쓴 진심이 어떠한 형태로든 독자들에게 와닿길 바랐던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오 시인은 "나의 기쁨과 나의 눈물과 잊혀가는 옛 그리움들이 먹빛을 풀어놓은 가을밤 별자리들처럼 가슴에 소박한 이름을 붙였다"며 "누군가는 그리움을 추억하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시인은 군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월간 ‘문학21’에서 시로 등단했고,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길은 걸어감으로써 길을 만든다’와 수필집 ‘그리움의 숲, 그 배경은 사랑이다’ 등을 펴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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