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각국 정부와 연구기관, 기업들이 큰 관심을 쏟는 세포공학 분야가 있다. 바로 배양육 생산기술이다. 배양육 생산과정은 이렇다. 우선 가축을 도살하지 않고 줄기세포만 채취한다. 그 뒤에 아기 소로부터 얻은 배양액에 줄기세포를 넣어 기른다. 시간이 흐르면 근육과 지방세포가 만들어지고 결국 인공적으로 진짜와 맛과 영양이 비슷한 고기를 얻는다. 지금까지는 실험실에서 주로 만들어졌으나 생산비용이 점차 낮아지면서 상용화에 바짝 다가섰다.

배양육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는 꽤 크다. 우선 친환경적이라는 점이다. 기존 축산업과 비교할 때 토지와 물 등 자원이 아주 적게 들어가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92%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구촌이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는 형편에 이는 분명 구원의 빛이나 다름없다. 공장식 대량도축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생명윤리 측면에서도 옳은 길인 것이다. 지금처럼 기술 개발이 빠르게 진전된다면 가격도 진짜 고기 수준 이하로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미래 전망이 밝은 만큼 현재 전 세계에서 약 70여 개 기업이 이에 매달리고 있다. 가장 먼저 성과를 낸 쪽은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의 마크 포스트 교수다. 그는 2013년 소로부터 세포를 추출해 세계 최초로 세포 배양육 햄버거 패티를 만들어냈다. 2017년에는 미국 멤피스미트사에서 닭고기 세포 배양육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분야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룩했다. 스타트업 셀미트가 아기 소 희생 없는 ‘무혈청 배양액’을 개발하는가 하면 씨위드는 해조류에 기반한 배양액 기술을 이전받아 배양육 쇠고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축산업계에서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축산관련단체 협의회는 며칠 전 성명을 내고 ‘축산대체식품 육성에 혈세 투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올 예산에 배양육 등 축산대체식품 관련 연구개발 지원용도로 108억 원을 책정한 데 대한 항의다. 축단협은 이런 정책이 축산업을 말살이 교두보가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것은 배양육의 식품 안전성과 영양학적 수준이 낮다는 점과 전통 축산업 못지않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 등이다.

사실 배양육 등 대체식품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길고 넓은 시야로 보면 어쨌든 방향은 맞다. 계속적인 연구개발과 기술 축적, 미래 식량 자원 확보 등을 추진하되 이에 따르는 여러 문제점들을 살피고 대책을 세워나가는 게 정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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