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경제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뉴스가 있었다. 바로 일본 TV 산업의 몰락이다. 일본의 대표적 가전업체인 파나소닉이 내년부터 중저가 TV를 중국의 TCL을 통해 위탁 생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미 전 세계 9개 TV 공장 중 7개소의 문을 닫은 상황이어서 파나소닉은 TV생산을 사실상 접은 상황이라고 한다. 한때 전 세계 TV시장의 10%를 차지하던 이 기업의 철수는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충격인 모양이다.

사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TV왕국으로 불리었다. 소니를 필두로 파나소닉, 샤프,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스 등 쟁쟁한 전자업체들이 TV 시장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로지 소니만 외롭게 남았다.

그 같은 몰락의 배경에는 한국의 약진이 있다. 2000년대 초반 평판 TV시대가 열리면서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신기술을 앞세워 일본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소니가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06년의 일이었다. 이후 다른 일본 전자기업들도 한국 기업들에 줄줄이 밀려나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여기서 보듯 일본 경제는 서서히 한국이나 중국에 치이는 형국이다. 아직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여러 면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고 있다.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의 후유증에다 고령화 저출산, 과다한 국가채무, 내수 부진 등이 일본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아베노믹스 같은 고단위 처방으로 추락은 면하고 있다지만 좀처럼 정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 석학인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가 오는 2040년에는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의 2배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지 도요게이자이에 실린 기고문에서 노구치 교수는 “일본과 한국 모두 경제위기에 빠진 적이 있지만, 그 대응에서 일본은 한국에 크게 뒤졌다”고 진단했다. 그 근거로 제시된 지표를 보면 평균임금에서 한국은 4만1천960달러로 일본의 3만8천515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또 2000년 이후 한국 1인당 명목 GDP 성장률은 285.2%에 이르렀으나 일본은 겨우 2.9% 성장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마냥 흐뭇해하고만 있을 때는 아니다. 전문가들이 입 모아 말하듯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를 대략 20~30년 간격으로 뒤따르고 있다. 지금 상황을 보면 저출산 고령화도 그렇고 부동산 버블현상이나 국가 채무 등에서 일본과 흡사한 처지다. 자칫 일본의 경제침체를 재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상황이 악화 되지 않도록 치밀한 경제정책을 세우고 강력히 실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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