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지속되는 코로나19 악재로 먹고살기 힘들어지면서 올해도 문화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문화로 버티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쓸모없는 것의 가치를 절감한 2021년 전북 문화계의 명암을 두 번에 걸쳐 돌아본다. 

▲ 온라인 돌파구 찾은 ‘공연·영화축제’ 
스무 해 동안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예술제로의 전면 전환과 그 가능성에 대해 고민했다. 지난해 비대면 공연을 선보였던 축제는 올해 26개 공연을 현장에서 직관할 수 있도록 전환했다. 객석의 30%를 오픈하고 온라인 생중계를 접목해 ‘위드코로나’ 시대에 예술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시네필이 열광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연일 매진 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증명했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도 2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매진율 93%를 달성했다. 실제 영화제 티켓을 차지하기 위한 예매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영화제 상영작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웨이브(wavve) 이용 횟수도 9000여건을 훌쩍 넘기면서 총 관객수(온·오프라인) 1만9590명으로 집계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과 더욱 밀착하기 위해 골목상영, 전주숏 등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였고, 이러한 움직임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예술인들의 열정, 전북 미술의 힘 
서예의 확장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보여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전라북도가 서예의 본고장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13회를 맞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에는 20개국, 3000여명의 작가의 작품이 출품됐다.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돋보인 전시로, 1000명의 작가가 붓과 칼로 구현해 낸 ‘천인천각’과 장르를 융합한 ‘디지털 서예전’은 비엔날레의 대중성과 확장성을 증명한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변수에도 4만7000여명의 관객몰이가 가능했던 것은 질적으로 성장한 비엔날레 프로그램이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전북 미술의 현주소를 재조명하는 ‘전북나우아트페스티벌’은 올해도 코로나19 악재에 무릎 꿇었다. 순수예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침체된 미술 활성화를 위해 중장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전북예술의 근원으로 삼겠다는 취지와 달리 올해도 판매실적은 저조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위드코로나 시대에 맞는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도내 한 예술인은 “홈페이지에서 작품을 누르면 관련 정보를 볼 수 있고,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전북문학’의 단단함
신아출판사 서정환 대표가 제35회 책의 날 출판문화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1987년 출판계에서 제정한 ‘책의 날’은 출판지식산업의 발전과 건전한 출판문화 조성에 기여한 출판인을 발굴해 포상한다. 
서정환 대표는 문예 연구, 수필과 비평 등을 창간했고 신아문예대학을 설립하는 등 지역 문학 발전에 노력해왔다. 아동문학의 불모지였던 전라북도에 아동문학의 구심점이 되어준 전북아동문학회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았고, 헐릴 위기에 놓였던 신석정 시인의 고택 비사벌초사가 현 위치에서 그대로 보존하게 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문단의 시대적 정신의 등불을 밝혀준 신석정 시인의 작품세계를 향유할 수 있도록 인근에 비사벌초사문학관 건립도 결정됐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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