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평화를 향한 우리 터전을 지켜나가기 위해 탄소 중립은 그 누구도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탄소중립은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목표다. 오로지 실천만이 해답. 자연과 환경에 대해 반성하고, 희망에 대해 전향을 위한 행동을 하겠다는 공동의 다짐과 탄소 중립을 위한 실천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향해 있다.

■ 지구온난화 시간은 흐른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온난화는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속도가 이산화탄소를 동화, 흡수하는 지구의 속도보다 너무나 빠르기 때문에 일어난 참사다. 인간의 경제 활동 속도, 특히 생산과 소비의 속도는 지구의 느긋한 속도에 비해 너무나 빠르고,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인간 활동의 속도가 지구의 속도를 압박하면서 지구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는 상태다.
세계자연기금(WWF)는 최근 발간한 지구생명보고서 2020에서 지구의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개체수가 지난 50년 동안 68%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전례없을 정도의 규모로 자연이 파괴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몫보다 너무나 많이 소유하고 사용하고 폐기해왔다. 이런 방식의 경제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되돌릴 수 없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을 지낸 마거릿 챈 박사는 “기후는 전염병의 지리적 분포를 규정하고 날씨는 그 심각도를 결정한다”며 “지구온난화가 촉발하는 질병들은 점점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으며, 전염병 확산은 대규모 기상재해의 피해보다 더 엄청난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의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13~19일까지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주간 평균치는 413.39ppm로 기록했다. 코로나19 감염증 대확산으로 인한 경제 봉쇄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년 같은 기간의 평균치보다 2.18ppm나 증가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450ppm이 되는 시기가 그리 멀지 않다. 450ppm은 기후변화의 임계점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그 이상 증가하게 되면 지구의 폭발적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는 지점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있는 시간은 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 이산화탄소 급격한 배출은 인간의 문제

탄소는 지구 살림의 기반이다. 인류의 경제활동도 탄소를 기반으로 이뤄져있다.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유기체들이 수천만년에 걸쳐 퇴적층 사이에서 압력을 받게 되면 석탄이나 석유로 남게 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화석연료를 사용해왔고, 탄소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활동을 해왔다. 탄소 순환은 생물권 내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지만, 석탄과 석유의 경우에는 지구 규모로 전천히 순환된다. 오랜 지질학적 과정을 거쳐 지표면에 노출되어야 비로소 이산화탄소로 순환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인류가 약 200여년 전부터 이 화석연료를 고갈시켜버릴 만큼 엄청나게 많이 사용해 왔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속히 증가했고, 지금과 같은 위험한 온난화가 초래된 것. 더욱이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영양분으로 흡수하는 산림을 무수하게 파괴하여 탄소의 순환에 극심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순환을 파괴했고, 그 결과 지구의 기온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놀랍게도 낭비되는 음식이 지구온난화의 큰 원인 중 하나다. 유엔에 따르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에 매년 4.4 G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있다. 1Gt은 올림픽 규격 수영장 40만개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양이다. 어마어마한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온갖 물건을 만들고 폐기할 때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발생할까?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쓰고 버리는 문화에 젖어 살아가는 우리다.

■ 신은 언제나 용서하고, 인간은 때때로 용서하지만, 지구는 용서가 없다
 
절체절명의 생존 위기로 다가온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지난 24일 학계·종교계가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철저한 실천을 촉구하는 학계·종교계 기자회견이 24일 전북도청 현관에서 열렸다.  (사)생명평화마중물(이사장 문규현)이 주관하는 이날 기자회견에는 전북대, 우석대 등 학계와 천도교, 천주교, 기독교, 불교., 원불교의 성직자와 신도 등 종교계 인사가 참여했다.
기자회견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적극 협력 ▲탄소중립을 위한 사업 발굴과 탄소중립을 준비해야 하는 미래세대의 실천 교육 지원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 ▲ 탄소중립을 위한 범국민적 합의와 공감대 확산을 위해 소통과 참여 등을 선언했다.
이들은 우선 기후정의를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기후정의에 입각해 탈석탄로드맵을 하루빨리 수립하고, 이윤과 성장이 아닌 시민과 생명을 위한 기후정의 실현에 앞장설 것을 촉구했다.
탈 탄소 전환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의견 차이를 원만한 합의로 좁힐 수 없는 어려운 과제로, 전례가 없는 상황이고,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며 없는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도전이다.
문규현 이사장은 “탄소중립은 산업화로 실패한 제도를 바꾸는 출발점이며, 100여년간 인간의 오만와 탐욕이 만들어낸 실패한 제도의 결과물”이라며 “지금의 위기가 무지가 원인이었음을 깊이 깨닫고, 더 낮은 곳에서 함께하며 진정한 행복을 위한 대전환의 삶을 가기 위해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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