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 hard work

전주에서 예술적 잔뼈를 굵직하게 키운 김원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진행중이다. 

2021 연석산미술관레지던스 4기 입주작가 성과보고전으로, 17일까지 연석산 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김원 작가는 보수성이 진하게 배어있는 이 땅을 누구보다 잘 안다. 

'거시기'라는 애매한 수사가 서로 잘 통한다는 것을 체득했고, 눈을 감아도 판이 보인다. 

하지만 예민한 일이 생기면 얽히고설킨 관계로 더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때문에 그는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자신과 주변인의 비틀거리는 풍광을 냉철한 이성으로 포착했다. 

그리고 그 파편들을 거친 형상과 이미지로 재배치해 캔버스에 그려냈다. 

그의 작품 'Hard work'는 정리되지 않은 형상들이 뿜어내는 허탈한 한숨, 무거운 침묵, 울분의 외침, 잡스러운 소음이 뒤범벅되어 귀를 먹먹하게 한다. 

세상살이 애환을 탬버린으로 날리고 있는 사람, 만취해서 땅바닥에 엎드려 토하는 남자, 퀭하니 눈이 풀린 상태에서 깊은 시름을 한 모금 담배 연기로 날리는 남자 등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호시탐탐 먹거리를 찾는 쥐, 아랑곳없이 유유히 날고 있는 희망의 나비까지.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삶의 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광이다. 

천박한 소비자본과 지독한 경쟁 사회에서 맨정신만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자신의 문제를 화폭에 날것으로 표출한다. 자기 고민에서 출발한 형상들이 사회문제를 예민하게 건드리고, 이를 일반화시키는 설득력을 갖춰내며 관람객들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던진다. 

문리 미술평론가는 "김원 작가의 작품은 흡수력이 좋은 두꺼운 장지에 먹물을 흠뻑 먹여서 습식 먹지로 만들었다"며 "그 위에 얇은 한지를 차분하게 얹히고 나무와 금속 등 선적인 표현이 가능한 날카로운 도구로 자유롭게 그리는 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필요에 따라서는 그 행위를 반복해서 가끔은 의도적으로 과잉된 현상들을 끌어내기도 한다"며 "먹 작업을 마친 후 두툼하게 배접하고 아크릴,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시각적 효과로 보충한다. 배경은 분채나 아크릴 컬러로 단색 처리하면서 2차원의 평면에 모든 형상을 녹여낸다"고 분석했다. 

문 평론가는 "김원은 자신과 주변의 흔들리는 모습을 조미료 치지 않고 표출하고 있다"며 "이는 부조리 속에서 받은 상흔들을 거침없이 들춰서 자신을 치유하려는 의도이고, 이러한 직설적 발언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 안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원 작가는 2007년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2014년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7년 광주화루 선정작가, 우진문화재단 제65회 청년작가 선정, 서울디지털대학교 미술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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