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기업이 당면한 가장 중차대한 과제의 하나는 조직 혁신이다. 과거 굴뚝경제 시대에 통하던 기업 조직은 지금의 복잡다기한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 혁신기업만이 생존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주목받는 조직구조로는 OTT로 우리에게 많이 익숙해진 넷플릭스가 있다. 디즈니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실리콘밸리 혁신의 상징이다. 이 기업은 자율과 책임이라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최고의 인재와 솔직한 소통, 의사결정 권한의 과감한 이양, 군림하지 않는 리더, 정보 공유 등이 그 구체적 내용이다. 특히 수평적 조직은 이 기업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사원이든 중역이든 상하관계가 아닌 팀원이라는 인간관계로 뭉쳐 있다. 딱 하나 원칙이 있다. “넷플릭스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선택하라”는 것이다.

물론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조직원들은 무한대로 자유롭되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철저히 감당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짐을 싸야 한다. 자발적으로 강도 높은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 측은 그 대신 최대한 유연한 근무 환경을 보장한다. 근무 시간이나 장소, 복장 등에 간섭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조직 문화 혁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성공사례로는 토스를 든다. 핀테크 스타트업인 토스는 수평적 소통이 생존전략이다. 정보 공유도 필수다. 또 지시명령이 없고 규칙도 없지만 책임은 있다. 이런 조직문화를 무기로 토스는 4년도 안 돼 유니콘 기업 명단에 오를 정도로 성공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인사 조직 혁신안을 지난달 말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식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이 핵심이다. 연공서열을 없애고 직급단계도 축소했다. 이에 따라 신입사원도 능력만 있으면 30대에 임원이 될 수 있다. 직원 간에는 서로 높임말을 써야 한다. 업적 평가는 절대 평가제를 대폭 확대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구글, 아마존, MS 등 실리콘밸리 혁신기업경영자들과 회동에서 얻은 통찰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각 기업들이 처한 환경과 여건은 다 다르다. 그래서 무조건 실리콘밸리식 조직문화를 받아을이는 것은 무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직적 사고에 익숙한 곳에서 수평적 조직을 억지로 심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창의성이 절대 필요한 IT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신기술 경쟁이 치열한 창조경제 시대에 굴뚝경제식 조직문화를 고집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다. 삼성의 변신이 어디까지일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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