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어렵다. 추상적이고 감각적인 언어의 나열이 많다.

그래서인지 시가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시인 정호승은 "시는 자기 자신과 한 시대를 이루는 인간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시인 박준은 "누구나 매일 일상에 시가 놓일 필요는 없지만, 누구나 시적인 것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했다. 

'시적인 순간'을 포착해 타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다양한 사유를 담은 시집이 출간됐다. 

박수서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내 심장에 선인장 꽃이 피어서(문학과 사람)'에는 존재의 성찰, 여성성의 탐구, 내면의 살핌, 대중성의 피력, 음식에 대한 시 등 포괄적이고 총체적인 주제의 시편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위트와 재담이 도드라진다. 그간 펴냈던 여섯권의 시집을 관통하던 시인의 위트와 재담이 극대화 돼 해학적인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사물 속에서 동일성을 발견하고 이를 적절하게 표현했을 때 독자들은 웃음이 나오거나 위안을 받는다. 

이러한 위트에 시인은 언어적 유희를 더해 한국적 유머를 선사한다. 

이를테면 곧 오십 줄에 들어서는 시인의 마음에 주목한 '마음은'은 세계 내에 홀로 존재하는 것 같은 화자의 마음 상태를 보여준다. 

의욕적이었지만, 실패해서 무너진 마음과 늘 무언가로 인해 불안한 마음, 그리운 마음, 폐기해야 하는 마음, 스스로를 괴롭히는 마음 등 화자의 몸속에 살고 있는 다양한 마음이 서로 싸우는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이병초 시인은 박수서의 시를 “언어가 물질화되다 못해 더러 무례하기까지 한 시단 풍토에 끼어듦 없이 자신의 하루를 웅시하는 박수서 시의 호흡이 길다"며 "그의 시편들 곳곳에 간직된 그리움의 조각은 삶이 뭐냐고 캐묻는 것 같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지켜내는 동력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1974년 김제에서 태어난 박수서 시인은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마구간507호 외 2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박쥐', '공포백작',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해물짬뽕 집', '갱년기 영애씨' 등이 있다. 시와창작문학상을 수상한 박 시인은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중이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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