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태극기에 이어 프랑스 삼색기다. 국기의 표본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많다. 세 가지 색은 파랑, 하양, 빨강인데 그 색들은 각기 자유, 평등, 우애라는 뜻을 갖는다. 이 색들의 유래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7월17일 국민군 총사령관 라파이에트는 부르봉 가문을 상징하는 흰색 휘장을 가운데 놓고 그 양쪽에 파리의 상징인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만든 깃발을 배치했다. 이것이 오늘날 프랑스 국기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삼색기의 원조는 네덜란드다. 이 나라는 14세기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면서 삼색기를 사용했다. 오늘날에도 네덜란드 삼색기는 국기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깃발이다.

프랑스 삼색기는 하지만 시민혁명이라는 숭고한 의미를 담는 만큼 가장 대표적인 국기로 위의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비록 네덜란드 것을 조금 변형했지만 절대 왕정을 무너뜨리고 자유공화정을 세운 프랑스 혁명의 의미는 가히 압도적이다. 프랑스 국기는 이후 국민 주권 혹은 독립투쟁의 상징으로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등 유럽 여러 나라가 국기로서 삼색기를 도입했고 시간이 흐르자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서도 프랑스 삼색기를 본뜬 국기가 출현했다.

사실 기는 상징성이 절대적이다. 원래 종교의식이나 전쟁에서 쓰이던 기는 나중에는 나라의 상징으로 격상한 것이다. 그래서 일단 기는 어떤 뜻을 지니고 있다. 자유, 평등, 박애나 신앙과 같은 추상적 의미도 있지만 실생활에서도 많이 활용된다. 백기는 항복을 뜻하고 철도에서는 푸른 기는 기차의 진행을 표시한다.

최근 프랑스 국기의 파란색이 짙어졌다는 보도가 나와 시선을 끌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지난해 7월부터 마크롱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기의 파란색을 밝은 코발트블루에서 어두운 네이비블루로 바꿨다고 한다. 어두운 색깔은 18세기 프랑스 혁명기 이후 사용되던 것이다. 즉 혁명 이미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프랑스 언론들은 이 조치에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반응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혁명과 자신을 연결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또 프랑스와 EU의 균열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쪽도 있다. 어쨌든 기는 고도의 상징이다. 국기가 갖는 상징성은 더욱 크다. 국기의 색깔을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예술의 나라 프랑스다운 발상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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