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 작가의 시조집 ‘민살풀이춤(시산맥)’이 출간됐다. 

작가는 2004년 <여무, 허공에 그린 세월> 공연에서 연희된 장금도의 민살풀이춤을 ‘장금도 민살풀이춤 춤사위 분석(서정숙, 한예종 2008년)’의 논문에서 분석한 139장단 33춤사위를 바탕으로 춤사위 하나에 시 한편을 1대1로 대응시켜 집필했다.

시집은 총 6부로 구성되었는데, 2부는 잎살풀이, 3부는 자진몰이, 4부 동살풀이, 5부 뒷살풀이는 본래 연희 되는 춤의 구성이고 1부는 춤이 시작되기 전 세월 속 그늘에 묻혀 있던 기생 장금도의 인생사가 투영됐다. 

작가는 시집 민살풀이춤 집필 배경에 대해 “어린 시절 할머니들이 꾸밈없이 자연스럽게 추던 소박한 춤, 조선 한 춤이 아니겠는가. 수건을 들지 않았다. 민짜 살풀이춤, 가장 전통적인 우리들의 춤이라는 허물 없음 바로 그 자체였다”고 밝힌다. 

“뎅그렁 뎅그렁 잠든 혼을 깨우느뇨/희고 붉은 흔들림이 상여를 메고 일어선다/달빛도 고운 상여는 활짝 핀 꽃상여//어어노 어허노 이 밤 상여 놀이 어나리넘차 어허노//양손 이마 꽃 얹어 꽃봉오리 춤사위/피리 젓대 구음은 상여 소리 불러내어/제자리 곱게 곱게 어르면서 어깨춤을 추는구나//어어노 어허노 하늘 나그네길 어나리넘차 어허노//큰 숨 한 번 못 쉬고 장판 위에 누워/이불 흩청 속으로 하얗게 묻은 까마득함/아이고 데고 지붕에 던진 육십 평생 흰옷 한 벌//구름 속을 흰 날개 펄럭펄럭 날아가셨나/마당 가운데 장작불 불꽃들도/퍼렇게 타올라 툭 툭 이승 밭을 떠나네(‘희고 붉은 흔들림이’ 중에서)”

‘희고 붉은 흔들림이’는 정읍지역 민속놀이라고 할 수 있는 대오래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출상하기 전날 밤 빈 상여를 메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농경문화의 한 풍속이 담겨 있다.

이 시에서 필자는 우리 생의 대오래기와 같은 빈 상여 놀이일 수도 있음을 전달한다.

생은 무엇이고 사는 무엇인가. 이 세상 살며 부대낀, 온갖 아픔도 슬픔도 굴욕도 다 털어내 버리고 자기가 살던 삶의 터전인 들판을 흔들흔들 지나가며 자연 무위의 흩날림이 아닐까 하는, 생의 의미를 보여준다. 

장욱 작가는 “장금도 민살풀이춤 춤사위 분석 논문의 내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흔쾌히 허락해주신 서정숙 선생님께 무한한 감사 드린다”고 전했다.

1956년 정읍에서 태어난 장욱 작가는 전북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1988년 월간문학 신인 작품상과 1992년 문학사상 신인발굴대상에 당선됐다.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시조로 쓴 한량춤 조선상사화’, ‘두리방에는 꽃꼬리 새가 산다’ 등을 펴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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