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동향면 대량리 제동유적(製銅遺蹟)이 전북도 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됐다.

진안군 동향면 대량리 창촌마을 내에 위치한 진안 대량리 제동유적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여지도서에 기록된 ‘동향소(銅鄕所)’의 실체를 보여주는 유적이다.

진안 대량리 제동유적은 문필봉(해발 598.4m)에서 서쪽으로 뻗어 내린 산줄기 하단부에 유적이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작업장을 조성하기에 적합한 경사와 동을 생산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수원(대량천 및 계곡천)과 연료(목재)를 주변에서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문필봉 기슭에 폐광된 구리 광산(동향광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때, 이 일대가 구리 산지(産地)임을 파악할 수 있으며, 제동유적이 운영되었을 당시 주변에서 획득한 원료를 기반으로 동 생산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진행된 1~4차 발굴조사 결과 제동로(製銅爐) 4기와 대형 폐기장(廢棄場) 2기, 부속 건물지 등이 조사됐다.

특히, 제동로 4기는 동광석에서 동을 1차로 추출하기 위한 제련로(製鍊爐)로 국내에서 처음 조사돼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기의 제동로는 평면형태가 모두 타원형으로 추정되며, 상부는 유실되어 숯·소토·석재로 조성된 노의 기초시설만 일부 남아있다.

특히 3호 제동로의 경우 북쪽에 유출재(流出滓)가 용착 돼 있어 노의 세부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노의 규모와 위치, 북쪽에 남아있는 유출재를 고려할 때, 제동시설은 제련로로 판단하고 있다.

동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이 쌓여 형성된 폐기장은 동-서 너비 20.2m 내외이다.

폐기장의 크기로 볼 때, 유적에서는 대규모의 제련(製鍊)이 이뤄졌던 것으로 판단된다.

폐기장에서는 슬래그 및 각종 부산물·노벽편·추정 송풍관(送風管) 등 조업체계를 복원할 수 있는 다양한 유물들이 출토됐다.

진안군은 전북도 문화재 지정이 추후 국가 사적 지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유적의 범위 및 성격 등도 심도 있게 파악해 유적의 보존·활용방안을 적극 모색 할 계획이다. /진안=양대진기자·djyang7110@

 

※ 제동유적(製銅遺蹟): 동 생산과 관련된 유적의 통칭(統稱)

※ 제동로(製銅爐): 구리를 생산하는데 사용되는 노(爐, 가마와 유사)의 통칭(統稱)

※ 제련로(製鍊爐): 동광석에서 동을 1차적으로 추출하기 위한 제련에 사용된 노(爐)

※ 제 련(製 鍊): 원석에서 1차로 동 등 금속을 추출하는 공정

※ 슬래그(Slag): 동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불순물의 통칭

※ 유출재(流出滓): 노 밖으로 흘러내려 굳은 슬래그, 제련의 명백한 증거

※ 송풍관(送風管): 노에 바람을 넣기 위해 사용하는 관(管)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