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는 1972년 한 강연에서 나비효과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썼다. 그의 강연 제목은 ‘예측 가능성 ? 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였다. 다시 말해 나비의 날갯짓처럼 아주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태풍처럼 어마어마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날씨의 변화에 착안해 이 주장을 폈다. 일기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바로 이 나비효과 때문이다. 초기조건의 민감도가 높다는 말로 설명되기도 한다.

나비효과는 카오스 이론 나아가 복잡계 과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성립하는 계기가 됐다. 카오스 이론은 상대성 이론, 양자 역학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적 업적으로 회자 된다. 복잡계 과학은 뉴턴 역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복잡한 자연 현상이나 사회 현상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 예는 흔히 볼 수 있다. 파스칼의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으면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비효과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원인을 제공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암살사건도 일행의 예정이 바뀌고 안내자가 길을 착각한 데서 비롯됐다. 아주 사소한 일이 세계대전이라는 큰 사건의 방아쇠가 된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우리나라 붉은 악마 응원과 그 덕분에 사상 최초로 4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나비효과로 볼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는 요소수 부족 사태로 들끓고 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을 막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 발단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었다. 미국이 호주를 자기편으로 끌어안자 중국이 그 보복으로 호주 석탄의 수입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중국은 요소의 원료가 되는 석탄 부족 사태를 빚었고 그 여파는 곧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중단으로 이어졌다.

요소수 부족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모른다. 기간이 길어지면 물류대란에 이어 식량과 전력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다가 농업 등 산업 생산 위축과 고용위기로까지 번질 우려도 제기된다. 석탄 부족이 일파만파 우리나라를 휩쓸 수도 있다. 정부 책임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몇 달 전부터 시그널이 있었다고 본다. 정부가 빈틈없이 대처했으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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