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하사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영호가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절규하는 장면이다. 

피폐해진 삶의 끝에서 영호의 비극적인 선택은 관객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다. 

뒤틀린 시대상을 보여준 이 영화는 2000년 개봉 이후 시네필들에게 회자되는 작품이다. 

80년대를 살아낸 기성세대에겐 어느새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여버린 자신의 과거를 대면하게 되는 영화로, 현재 청춘들에겐 현실의 무게를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로 복기되고 있다. 

영화 박하사탕이 그랬듯, 추인환 시집 ‘씨부럴(북매니저)’ 안에도 녹록지 않은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인생이 부유한다. 

지나온 세월을 통해 삶의 깊이를 체득한 시인은 지난날의 잘못들을 담백하게 고백하지만, 어쩐지 그 담백함 속에는 말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어 코끝을 찡하게 한다. 

“딴 길로 갈 수 없습니다/걸어온 길, 그대로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별다른 이유도 없고/탱탱한 용기도 없어//걷다보니 이 길이 아닌 듯했고/걸어보면 저 길도 아닐 듯하여//무심히 걷는 듯하나 무심하지 못합니다/그냥 멈출 수 없어 걸어갑니다//보이는 대로 걸어 갈 수도 없지만(‘지금도’ 전문)”

추인환 시인은 “일기를 시처럼 썼는지, 시를 일기처럼 썼는지 모르겠다”고 머리말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그날그날 튕겨 나오는 세상 이야기를 휘갈겨 써놓고 며칠은 즐겁게 살았다”고 한다. 이내 “어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그의 속마음처럼, 시집에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녹아있다. 

시인 본인에 대한 성찰부터 세상에 대한 아쉬움과 미움, 손주에 대한 사랑 등 총 132개 시편에는 다양한 이야기와 작가의 감정이 묘하게 섞여 흥미롭다. 

추 시인은 중·고등학교 수학가 교사로 퇴임해 시를 쓰고 있다.

시집 ‘개불알풀꽃’을 비롯해 ‘섬’ 등을 발표했다./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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