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시) 안 읽는 시대라지만, 80편의 시를 손으로 직접 쓴 육필시집이 자극하는 호기심과 상상력은 흥미롭다. 

공고한 자판의 시대에 또박또박 단정하게 써내려간 글씨체가 이채롭고 작가의 손길이 그대로 살아있어 보는 즐거움이 크다. 

자유롭게 뻗어 나간 김계식 시인의 세 번째 육필시집 ‘마중물의 꿈(인간과문학사)’에는 시적 상상력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저자는 ‘산 빛 물빛 다독이며’, ‘왜목에서 만난 겨울’ 등으로 알려진 시인이다. 

그의 시집 ‘마중물의 꿈’은 복제예술의 두꺼운 각질을 뚫고 문학적인 것, 문학의 본질에 한발 다가서는 기분을 선사한다. 

김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중학교 3학년때부터 써오는 일기 속에, 처음으로 시 형태의 글이 들어있는 것이 1967년부터였고, 그 뒤 시와 시조의 비중이 조금씩 늘더니 1996년부터는 아예 시의 형태로 일기를 쓰고 있다”며 “올해가 만 26년째”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펴낸 시집 ‘마중물의 꿈’ 역시 시로 쓴 일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엮은 것”이라며 “알게 모르게 컴퓨터에 의존하다보니 글씨가 제대로 써지지 않아 불만스럽지만, ‘삼세번’은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표제작 ‘마중물의 꿈’은 누군가의 첫 시작을 응원하고, 격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세상 어느 날 선 모서리에 정수리를 잘못 부딪쳐서라도 묻어둔 정의 고요함이 출렁 일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그저 한줄기 마중물이 되어/임의 고인 정 밖으로 끌어내고/멈춘 지심의 물문 활짝 열어/ 맑은 석간수 흘러넘치게 하고픔일 뿐//”(‘마중물의 꿈’ 중에서)

육필에 담긴 시인의 위안과 격려, 용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환기시킨다. 

김계식 시인은 1961년부터 2002년 2월말까지 교원과 교육전문직으로 교직생활을 했다. 

정년퇴직 이후 문단에서 활동하며 ‘사랑이 강물되어’ 등 22권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이다. 

김 시인은 지난해 한반도 문학대상과 전북시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외에도 한국예술총연합회장상 등을 받았다./박은기자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