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인권에 우선한다’는 글귀는 이제 낯설지 않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출입제한이 세계 각지에서 늘어 원성의 소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중요성에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다. 한번 무너진 환경은 사람의 몸과 같이 정도 이상이 손상되면 회복되기 어려운 까닭이다. 코로나19로 인한 2년여간의 생활 동안 환경에 관한 관심과 인식은 우리의 현실적 삶과 직결되기 때문일 것이다.

■ 과학계, 코로나19는 기후변화로 나타난 전염병

지난 2월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진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증의 궁극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근 10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변화로 중국 윈난성 남부와 라오스, 미얀마 등 남아시아 지역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식생으로 바뀌면서 이번 코로나19의 발원지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열대 관목수림 지역이었던 이들 지역이 열대 사바나와 낙엽수림으로 변해 박쥐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것이다. 지난해 동아사이언스에 실린 제목은 ‘기후변화로 서식지 옮긴 박쥐들, 코로나19는 보이지 않는 기후재앙’. 이미 과학계에서는 기후위기와 코로나19에 대해 같은 맥락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2008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역시 1940년에서 2004년에 발생한 300건 이상의 신종 전염병 중 60%가 인수 공통감염병이다.
이 신종 인수 공통감염병의 72%는 가축이 아닌 야생동물에서 유래했다.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로 인해, 신종 인수 공통감염병의 유행은 그 규모와 빈도의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이었던 마거릿 챈 박사는 “기후는 전염병의 지리적 분포를 규정하고, 날씨는 그 심각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 신종 바이러스 지속적 유입…안전지대는 없다

비단 신종 감염병만의 문제는 아니다. 말라리아같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질병도 이전에는 너무 건조하거나 시원해서 발병할 수 없었던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새로운 번식지를 만들고 있으며, 예전보다 상승한 기온은 모기가 성충이 되는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
성장속도가 빨라지면 번식 주기가 짧아져 개체수도 증가한다. 기후변화로 상승된 기온은 모기의 흡혈 빈도와 모기가 기생균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인다.
뿐만 아니라 기온이 높아지면 모기에 기생하는 균의 성장 속도 역시도 빨라진다. 모기가 매개하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설치류의 진드기가 옮기는 전염병들도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으면 발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감염병들이 확산하는 시기도 길어져 이른 봄 발생하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지속된다.
콜레라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과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콜레라균은 요각류라는 바다에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에 붙어살기 때문이다.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엄청나게 번식하게 되고, 그것을 먹고 사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콜레라균도 번성한다. 게다가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물이 강과 강어귀로 흘러들어와서 인간이 콜레라균과 접촉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언제부터인가 말라리아가 발생하고 있고, 남부지방 일부는 뎅기열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지역으로 예측되고 있다.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을 매개하는 흰줄숲모기도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함께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흰줄숲모기 성충이 겨울철에도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면 국내에서도 뎅기열, 치쿤구니야열 및 지카 바이러스가 유입 후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기후변화 안정화 동참 시급

기후변화로 과거의 감염병들이 되살아날 위험도 크다. 기온이 상승해 영구동토와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봉인됐던 바이러스들이 외부로 노출돼 확산할 가능성이 보고되고 있다. 2015년 미국 국립과학원은 러시아의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3만 년 전의 고대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2016년에는 시베리아의 12살 소년이 탄저균 감염으로 사망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이는 기후변화로 동토층이 녹아 70여 년 전 탄저균에 감염돼 죽은 순록의 사체가 외부로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 세계의 빙하와 동토층의 파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과 중국 공동연구진은 티베트 고원의 빙하에서 33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들 중 28종은 현대에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바이러스였다.
연구진들은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유출된 병원체로 인한 새로운 질병의 유행을 우려했다.
코로나 19로 경험하고 있듯이, 이제 기후변화는 감염병 발생의 중대한 요인이 되고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전 세계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기후변화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2030년 지구가 직면할 4가지 큰 도전이 무엇인지 설문 조사를 펼친 결과 응답자의 67%는 ‘기후변화’를 꼽았다.
이 답변은 세계 모든 지역에서 인종, 나이 등과 무관하게 가장 높게 나왔다.
기후변화를 안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제2, 제3의 코로나19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전 세계는 다시 팬데믹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년여의 세월을 돌아보고,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절박한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 당장 시작해야 한다.

/사단법인 생명평화마중물 사무국장 윤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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